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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을 뭐라고 하세요?

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16)

by 조관일


호칭을 뭐라고 하세요?

얼마 전의 일이다. 20대의 젊은이가 내게 출판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취해왔다. 그런데 나에 대한 호칭이 ‘조관일 님’이었다. 이런 문어체 호칭을 구어체로 사용하는 경우는 처음 당해봤는데,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호칭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늘 인터넷 뉴스에도 호칭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아가씨"라고 불렀더니 기분나빠하더라는 것이다. 당연하지. 매너없는 짓이니까. 그 호칭이 원래는 높임호칭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사람에게 쓰이는 지를 알아야 한다. 차라리 "여기요" 또는 "저기요"라고 부르는 게 매너다.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여기요" "저기요"는 식당 등 서비스 기관에서 직원을 부르는 말로 보편화됐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호칭체계는 상당히 까다롭다. 그래서 이번에는 호칭에 대하여 총정리를 하도록 한다.


“저…, 호칭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가끔 이런 질문도 받는다. 직위와 직업이 몇 번 바뀌다보니 어떻게 불러주면 내가 좋아할지 상대방은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저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허긴 그렇다. 이왕 불러줄 바에는 듣기 좋거나 듣고 싶어 하는 호칭을 불러주는 게 매너다.

호칭은 직장마다 특유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일체의 직함을 부르지 않고 ‘님’으로 통일하여 부르는가 하면 학교 같은 곳에서는 위아래 없이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호칭이다. 나의 직장에서는 생뚱맞게도 ‘형’이라는 호칭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이다. 20대의 젊은 나에게 늙수그레한 선배들이 “조 형!”하고 부르는 것이다. 아마도 말단 신입사원을 조금이나마 높여서 불러주려는 배려였으리라. 나는 그게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에게 ‘형’이라니.


어쨌거나 나도 그 호칭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였고,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주위사람들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썼는데 드디어 문제가 생겼다. 직원회식이 있던 어느 날, 사람 좋기로 소문난 선배가 나에게 소주잔을 건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조 형! 한 가지 말해줄 게 있네. 나에게 ‘박 형!’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잘못된 것 같아. 내가 알기로 그런 호칭은 나이가 같거나 적은 사람에게 사용하는 거거든. 선배한테는 그렇게 부르는 게 아냐.”


나는 속이 뜨끔하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조용히 충고해주는 그 선배가 참 고마웠다. 성질 나쁜 선배를 만났으면 어떤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그 일을 계기로 알아봤더니 ‘김 형’, ‘박 형’하며 성과 ‘형’을 합친 호칭은 동년배나 아랫사람에게 쓰는 것이었다.


호칭의 위력


우리의 언어문화에서 호칭의 역할은 의외로 크다. 또한 우리네의 호칭체계는 유별나게 복잡하고 까다롭다. 호칭의 종류가 많은 것만큼이나 그 사용법도 다채롭다. 어떤 학자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이론을 전개하며 어떤 이는 호칭의 어원과 역사까지 들먹인다. 그러니 일반인에게 있어서 적확(的確)한 호칭의 구사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호칭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호칭 때문에 감격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호칭 때문에 격투가 벌어지는 진풍경도 연출한다.

“(어쩌고)……, 그런데 당신 말야 ……”

“당신이라니? 이게 어따 대고 당신이야!”

“어쭈, 이게?” 이런 식이다.


‘당신’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직장 상사 중에는 부하에게 ‘당신’이라는 호칭을 쓰는 이가 있다. 결코 기분 좋은 호칭이 아니다. ‘당신’은 ① ‘… 하오’를 할 상대로서 40대 이상의 나이가 지긋한 정다운 친구 간에 사용하는 호칭이며, ② 또는 웃어른을 높여서 일컫는 3인칭 호칭, ③부부간의 호칭으로 사용되는 것인데,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이 호칭을 쓸 경우 상대를 비하하거나 시비를 거는 것 같은 느낌을 줌으로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라는 호칭 때문에 일어난 황당한 사례는 의외로 많다.

호칭에 대하여는 다음번 글에서 계속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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