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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 말투가 왜그래요?

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14)

by 조관일

요즘 젊은이들, 말투가 왜 그래요?


스물쯤 됐으면 한번쯤 자신의 말투를 점검해볼 때가 됐다. 그렇잖아도, 요즘 젊은 사람들의 말투가 왜 그러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웅얼거리는 유아식 말투랄까, 발음이 명확하지 않은 혀 짧은 소리랄까, 또는 코맹맹이 소리랄까. 하여튼 이상한 말투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인 것 같아 안타깝다. 한마디로 프로 사회인의 발성과 말투가 아니다.

그것도 일종의 유행인 듯싶기도 한데 고착되기 전에 당장 고치기를 권한다. 스물쯤 됐으면 이제 프로 사회인이니까 말이다. 그런 발성과 말투로는 프로 사회인의 대접을 받기 어렵다. 그밖에 하나 더 고쳐야할 말투는 삐딱한 말투다. 이렇듯 말투 하나 때문에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참 억울할 일이 된다.


말투는 말의 품질과 대화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는 것을 넘어 사람 평가의 요소가 된다. 거만한 말투라면 당연히 상대가 기분나빠할 것이요, 겸손한 말투라면 호감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어린 아이 같은 말투라면 어린애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말투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사람의 이미지에 결정적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내가 간부로 직장생활을 할 때에 그런 부하를 만난 적이 있다. 말투가 기분 나빴다. 업무지시를 하면 그에 대하여 질문을 하는 것이 꼭 시비를 거는 것 같은 말투였다. 때로는 지시를 거부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평소의 말투도 부하답지(?) 않게 거만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다른 간부들도 같은 느낌을 말했다. 그렇다고 말투 갖고 시비를 걸 수는 없는 노릇이라 뒤에서 궁시렁거리게 된다.

결국, 호감을 느끼지 못하고 인사발령에 따라 서로 헤어졌는데 나중에 알았다. 말투만 그럴 뿐(어린 시절에 불행했던 가정사가 그렇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사실은 ‘진국’이라는 것을. 헤어지고 나서도 꾸준히 연락을 취해오며 진실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렇게 충직한 사람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그는 말투 때문에 큰 손해를 보는 셈이다. 말투만 달랐어도 요직에 기용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세상사나 인간관계란 그런 것이다. 아주 작은 차이로 오해를 낳게 되고 결국 관계가 비틀어진다. 그리고 운명이 달라진다.


이렇듯 사람들은 상대의 말투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좋은 말투면 좋은 인상을 가질 것이요 나쁜 말투면 나쁜 인상을 갖는다. 심지어 댕댕이(개)들도 말투에 반응한다. 헝가리의 과학자들은 주인의 말이 개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했다. 즉, 주인으로 하여금 개에게 어떤 지시를 하게 한 후 개의 뇌를 MRI(자기공명영상)로 스캔해서 살펴봤다. 그 결과 개가 주인이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말의 내용은 물론이고 같은 말이라도 말투에 따라 다르게 반응했던 것이다. 같은 칭찬의 말 하더라도 말투에 진정함이 배어나지 않으면 개들이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러니 사람에 있어서야 말할 것도 없다.


말투는 듣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어떤 말투로 말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자율신경도 영향을 받는다.

말투와 자율신경의 관련을 밝힌 일본의 의사 고바야시 히로유키에 의하면 상사가 지시를 했을 때 “알겠습니다”라며 시원스런 말투로 대답했을 때와 힘없이 웅얼거리며 부정적인 말투로 대답했을 때 듣는 사람의 자율신경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자율신경도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시원스런 말투는 자율신경이 균형을 잡아 뇌를 비롯한 온몸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두루 미쳐서 머리가 맑아지고 에너지가 충만해져 활기가 넘치며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다. 반면에 후자의 말투를 사용하면 그 반대로 두뇌를 비롯한 신체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나는 당신이 스트레스없이 말하면 좋겠습니다》, 조민정 옮김, 타커스, 2018).


“왜 말투가 그러냐?”는 핀잔을 듣고 “원래 태생이 그런 걸 어떠냐?”고 항변하는 사람을 봤다. 그렇게 변명하지 마시라. 정말로 타고난 말투가 그렇다면, 또는 성격이나 습관에 따라 이미 말투가 고정된 상태라면 적절한 연출을 통해 변화 있게 적용할 수도 있다.

“말투는 쇼맨십”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 쇼맨십을 발휘하면 된다. 처음에는 쇼맨십으로 시작된 것이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되면 언젠가 정말로 말투가 바뀌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말투는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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