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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 최고의 매너

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12)

by 조관일

친절, 최고의 매너


‘네이버 지도’를 켠 휴대폰을 들고 길을 찾고 있었다. 분명 그 근처에 강의 장소가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이름의 건물이 나타나지 않았다. 강의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당황했다. 오가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 한적한 길이었다. ‘건물 검색을 잘못했는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친구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의 젊은 청년이 나의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그들에게 다가가 길을 물었다.

“이 건물을 찾는데 혹시 아십니까?”

그러자 젊은이들은 내가 내민 휴대폰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레 내지른다.

“몰라욧!”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둘이 싸웠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제 삼자에게 그렇게 불친절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삶에 찌들어든 노인도 아닌 창창한 젊은 사람이.


친절이야말로 최고의 매너다. 친절하면 매너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젊은이든 늙은이든 불친절하고 퉁명스런 사람을 보면 그의 인생이 어떨지 짐작이 된다. 뿌린 대로 거두고 베푼 만큼 돌려받는 것은 인생사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친절만큼 훈훈한 것도 드물 것이다. ‘친절’이 있음으로써 이 세상은 인간이 사는 세상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친절이 없는 삭막한 세상이라면 그것은 ‘동물의 왕국’과 다를 바가 없다. 동물의 세계에 무슨 친절이 있는가. 이렇듯 친절은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척도의 하나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점의 미소, 상대에 대한 배려, 작은 희생, 상냥함, 참음, 양보, 질서… 등 이러한 친절의 덕목이야말로 인간사회를 인간이 사는 사회답게 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낯설고 서먹한 관계일지라도 친절은 그 벽을 허물어 버리고 부드럽고 가깝게 만들어준다. 친절 앞에는 국경도 없고 언어의 장벽도 없는 것이다.


20세기의 성자로 만인의 추앙을 받는 슈바이처 박사가 환자를 돌보기 위해 아프리카의 오지로 들어갔을 때, 말은 통하지 않았어도 그들을 보살펴주기 위해 그곳에 왔다는 호의와 사랑의 뜻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친절’과 ‘사랑’이라는 인류 공통의 언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The kind words are the music of the world.’라고 한다. 친절은 세계 공통의 언어인 음악과 같다는 뜻이다.


친절 앞에서 언어의 장벽 따위는 대단한 장애가 되지 못한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이국인 사이라도 훈훈한 마음, 정다운 체취는 친절을 통하여 능히 전달될 수가 있다. 친절은 ‘맹인이 볼 수 있고 귀먹은 이도 들을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친절은 서로의 의사만을 전달하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해주는 격려의 언어요, 인간의 따뜻함과 사회의 밝음을 전해주는 사랑의 언어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가슴 뭉클함을 안겨주는 감동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어떤 미사여구도 ‘친절의 언어’ 한마디를 이겨내지 못한다.


예절이니 매너니 하는 것도 친절 앞에서는 작아진다. 친절이야말로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는 최고의 매너요 예절이기 때문이다.

‘현존 최고의 영어권 단편소설 작가’로 불리는 조지 손더스는 ‘미국 대학 졸업식 최고의 축사’(2013)로 선정된 시라큐스대학 졸업식에서 학교를 떠나 세상으로 나서는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평생 최대의 후회는 친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멋진 인생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친절하라”고.

당신의 친절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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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세요"


“친절하세요. 언제나 누구에게나 친절하세요. 아침에 버스를 타고 뒤 끝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이름 모를 형제에게 친절한 시선을 던지세요. 따뜻한 미소를 보내세요. 혹시 그는 삶을 비관하고, 그 버스의 종점에서 내려 자살할 것을 결심하고 떠나온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삶을 완전히 비관하고, 삶이란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단정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작정하고 그 버스에 오른 형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그대의 따뜻한 눈초리, 친절한 미소에 힘을 얻어 삶에 대한 새로운 의욕을 가지고, 용기 있게 새 출발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친절하세요.”

- 알버트 슈바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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