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11)
매너란 곧 품격을 말한다. 그리고 매너의 주 무기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매너 있게 말하는 것이야말로 매너의 주종목(?)이다. 그럼 어떻게 말하면 매너 있는 사람이 될까? 그 요령은 많고도 많다. 화술에 관한 책을 뒤져보면 알 수 있다. 실천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그러나 나보고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천천히 말하기’를 선택하겠다.
너무 싱거운가? 그러나 이 원칙을 지키기가 결코 간단치 않다.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일본의 의사 고바야시 히로유키도 그의 책 《나는 당신이 스트레스 없이 말하면 좋겠습니다》(조민정 옮김, 타커스, 2018)에서 천천히 말하기를 권하고 있다.
아마도 일본인들 역시 말을 빨리함으로써 대화를 망치는 경우가 많은가보다. 그는 의학적 원리에 근거하여 말투에 대한 여러 가지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말이 빠르면 호흡이 얕아지고 저산소상태가 되면서 두뇌회전이 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실언할 가능성이 높아진단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실언의 가능성이전에 우선 품격을 해친다. 젊은 사람이 말을 빨리해보라. 젊은이답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쯤에서 역발상이 필요하다. 나이든 사람이 그러면 열정이 돋보일 수 있지만 젊은 사람이 그러면 가벼움이 배가된다. 경망스럽게 느껴진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천천히 말하는 것을 버릇 들이는 게 좋다. 천천히 말하면 매너 있는 사람으로 느껴짐은 물론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히로유키 씨가 언급한 것을 비롯하여 7가지 정도를 꼽아보겠다.
첫째, 말을 천천히 하면 목소리가 낮아지고 정중해진다.
이건 뭐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신도 충분히 수궁할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금방 납득이 된다. 말을 빨리하면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지고 경망스럽게 되니까.
둘째, 말을 천천히 하면 품격 있게 보인다.
생각해보라. 지위 높은 사람 중에 말을 빨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던가. 그들은 남들이 보기에 폼을 잡는 것처럼 말을 느릿느릿 천천히 한다. 원래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말을 빨리하는 것이다.
셋째. 말을 천천히 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말을 빨리하면 뭔가 조금한 것 같고 후다닥 거짓말로 남을 설득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의사가 말을 빨리 하는 경우와 천천히 하는 경우를 비교해 상상해보라. 어느 쪽에 신뢰감이 더 클까?
넷째. 말을 천천히 하면 감정이 조절된다.
말을 빨리하면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솟구치게 되고 그럼으로써 말은 점점 더 빠르게 된다. 나중에는 숨이 찰 정도로 씨근덕거리며 말하게 된다. 대화를 하면서 감정이 격해지거나 조급해질 경우 의도적으로 말을 천천히 해보라. 확실히 감정 컨트롤이 됨을 실감한다.
다섯째, 말을 천천히 하면 말실수를 줄인다.
말을 천천히 한다는 것은 생각하면서 말할 여유를 갖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단어 하나, 표현 하나라도 곱씹어보면서 그 단어와 표현이 상대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예상하면서 말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말실수가 적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섯째, 말을 천천히 하면 좋은 목소리로 느껴진다.
이것은 심리적인 것인데 천천히 말하면 같은 목소리라도 품격 있는 좋은 목소리로 받아들인다.
일곱째. 말을 천천히 하면 말을 잘한다는 인상을 준다.
앞에서 열거한 6가지를 다시 살펴보라. 그것은 곧 말 잘하는 것의 구성요소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말을 천천히 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로 하여금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일단, 말을 못한다는 인상만 주지 않아도 성공 아닌가?
말을 천천히 하라. 매우 상식적인 것 같지만 매우 유용한 규칙이다. 말버릇이 원래 빠른 걸 어떡하냐고? 왕도는 없다. 말을 천천히 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 화술인지를 깊이 인식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말을 천천히 하자’라고 다짐하면서 말의 속도를 조절하는 수밖에. 그것이 습관화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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