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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기억하기와 매너

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9)

by 조관일

이름 기억하기와 매너


은행에 갔다. 창구에 낯익은 여직원이 있기에 슬쩍 명찰을 보고 이름을 급히 익혔다. 그녀는 일을 하느라 눈치 채지 못했다. 다른 창구에서 일을 보고 나오는데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는 얼른 일어나 인사를 한다. 나는 방금 전에 익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어, 김명숙씨 잘 있었어요?”

그러자 그녀가 깜짝 놀라는 것이다. “어머, 선생님. 제 이름을 아세요?” 그녀는 정말로 감격스럽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한마디를 덧붙이며 그곳을 떠났다.

“워낙 인상이 좋아서 이름이 머릿속에 칵 박혀있죠.”

그녀는 어쩔 줄 모르게 좋아했다. 이름의 위력은 이렇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많다. 인간관계에서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여러 책에서 이름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위력을 실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것을 깊이 깨닫기까지는 상당한 ‘인생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전에 딱 한번 가볍게 만났던 사람을 몇 달 정도 지난 다음 우연히 또 만나게 되었다고 치자. 이때 “아휴! 조관일씨. 오랜만입니다”라고 이름을 불러준다면 그 친근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이름기억술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름’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사람 중에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26대)이 있다. 그는 ‘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10가지 원칙’를 만들었는데 그 중의 첫 번째가 바로 ‘이름을 기억하라’는 것이었다.


<첫째, 남의 이름을 익히는 데 숙달되도록 한다. 흔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뜻이 되므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일단 그 사람의 이름을 익히는 데 신경 써라.>


스스로 세운 그의 원칙대로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다. 후임자였던 태프트 대통령 재임시 그가 백악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일하던 고용인들의 이름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그들과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것은 그가 타인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아르키 퍼트는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주방에서 일하는 앨리스를 만나자 그 분은 여전히 옥수수 빵을 굽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앨리스가 가끔 아랫사람끼리 먹기 위해 구울 뿐, 다른 사람들은 먹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그는 큰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 앨리스의 옥수수 빵 맛을 모르는 모양이군. 내가 대통령을 만나면 이야기하지.’ 그리고는 앨리스가 내놓은 옥수수 빵을 한 쪽 집어 들고 맛을 보며 대통령 집무실 쪽으로 걸어갔는데 가는 도중에 정원사나 기타 고용인들을 만나면 전과 다름없이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며 이야기를 나누셨죠.”


특히 40년 동안이나 백악관의 수석 집사를 지낸 아이크 후버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바뀐 뒤로 2년여 동안 그렇게 즐거웠던 날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 날의 기쁨은 천만금을 주어도 바꿀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 때는, 상대방이 당신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따라서 상대방이 난처해지지 않도록 자신의 이름을 먼저 말해주는 게 매너다.

반면에 여러 번 만난 사람이라면 상대의 이름을 기억하고 살갑게 불러주는 것 역시 매너다. 이름으로 인하여 성큼 더 가까운 사이가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름에 얽힌 매너의 힘일 것이다.


<사람의 이름 기억법과 매너>


0. 사람을 얼굴 따로 이름 따로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얼굴과 이름을 연결 지어 함께 기억하도록 할 것.

0. 자기 자신에게 강력한 암시를 줄 것.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길 원한다.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라고 함으로써 생각을 머릿속에 있는 기억중추에 저장하는 것이다.

0. 평소 사람의 사람을 기억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 만나보고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 관한 정보를 떠올리며 수시로 생각해야 한다.


0. 이름을 정확히 기억할 것. 소개 받았을 때 이름을 확실히 해두어라. 잘못 들은 것 같다면 “죄송하지만 성함을 한자로 어떻게 쓰십니까?” “어떤 특별한 뜻이 있습니까?”라고 물어서 확인하는 게 매너다. 또한 모르는 한자가 있을 때는 “함자를 어떻게 읽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매너다.


0. 이름과 관련하여 “본관이 어떻게 되십니까?” 또는 “어디 ‘박씨’입니까?” “시조가 어떻게 됩니까?”라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족보를 따지는 집안 모임이 아닌 한 그것은 결례다. 왜냐면 상대방이 그것을 모를 수 있어 당황하게 하고 난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0. 명함을 최대한 활용할 것. 인사를 나누고 난 후, 명함의 여백에 그 사람의 생김새에서부터 특징, 정보 등을 기록하라. 그리고 가끔 명함집을 뒤적이며 기억을 보강하라.

0.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에 마음속으로 그 이름을 반복해 볼 것. ‘이영자’라고 소개 받았다면 마음속으로 ‘이영자, 이영자, 이영자’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것을 꼭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라.


0. 꼭 관리해야 할 사람, 중요한 사람에 대하여는 명단을 놓고 수시로 이름기억을 시도할 것. 심리학 실험에 의하면 한꺼번에 어떤 것을 외우려 하는 것보다는 약간의 간격을 두고 외운다면 2배 이상 잘 외울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어떤 것을 기억하기 위해 앉은 자리에서 1시간을 보낸다면 기억력은 잠재능력의 약50%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3일 동안 10분씩 반복함으로써 한 시간에 외울 수 있는 양만큼 외울 수 있다. 자주 반복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0. 문제는 관심과 노력이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됐을 경우 그것을 결코 잊지 않는 것은 바로 관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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