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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품격은 안녕하십니까?

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7)

by 조관일

당신의 품격은 안녕하십니까?


요즘 세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창문이 다르니까. 그러나 나에게 정의하라면 품격이 무너진 세상이라고 하겠다.

제멋대로 입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제멋대로 말한다. 젊은이는 말할 것도 없고 세상의 이치를 알만한 사회지도층까지 피차일반이다.


독일의 언어학자요 강연과 컨설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도리스 메르틴 박사는 그의 책 《아비투스(Habitus)》(배명자 옮김, 다산북스, 2020)에서 품격이 사라지고 있는 세상을 지적하며 품격이야말로 삶과 기회 그리고 지위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녀는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를 일종의 ‘자본’으로 봤다.


그 7가지란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느냐는 ‘심리자본’,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느냐는 ‘문화자본’, 무엇을 할 수 있냐는 ‘지식자본’, 얼마나 가졌느냐는 ‘경제자본’,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느냐는 ‘신체자본’, 어떻게 말하느냐는 ‘언어자본’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구와 어울리느냐는 ‘사회자본’이다.


이들 7가지 자본 중에서 사람의 품격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신체자본과 언어자본일 것이다. 이를테면 ‘언·행’이다. 어떻게 말하느냐와 어떤 행동과 옷차림이냐는 것 말이다. 이것들은 곧 매너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언어자본이 품격의 실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의 매너(품격)를 가늠하는 으뜸요소는 언어다. 아무리 다른 자본이 충만하더라도 용어의 선택이나 말투 등 말하는 품새, 언어자본이 시원찮으면 그의 품격은 낙제가 된다.


그래서 메르틴은 “출신이 아니라 언어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이 말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영화 ‘킹스맨’에서 주인공 해리 하트(콜린 퍼스)가 일갈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대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언어가 사람을 만들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이 두 ‘어록’을 압축하면 ‘언어 = 매너’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다. 즉, 어떤 언어로 말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이 좌우되는 것이다.


제멋대로 입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자. 눈살 찌푸릴 경우가 많지만 그건 참을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드무니까. 그러나 말은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사람에게 작용한다. 그래서 제멋대로 말하는 언어품격의 몰락이 가장 우려스럽다. 말은 모든 행위의 근원이요 말이 사람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말은 전염력이 강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겨지고 삽시간에 세상을 물들인다.


이제 스물쯤 됐으면 자신의 품격이 어떠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메르틴이 말한 7가지 자본의 현주소는 어떤지 꼼꼼히 살펴봐야한다. 그 중에서도 신체자본과 언어자본, 더 압축한다면 언어의 품격을 점검해봐야 한다. 매너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젊은이다운 멋진 품격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품격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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