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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치기 - 국수를 먹을 때

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6)

by 조관일

면치기 - 국수를 먹을 때는 어떻게?


유튜브(조관일TV)를 통해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지 말라고 방송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시청자 댓글에 면치기를 할 때는 소리를 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위 ‘먹방’이라는 것이 예절을 망쳐 놨다.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위해 양쪽의 볼이 터지도록 엄청난 양의 음식을 입속에 집어넣고 쩝쩝 소리를 내며 씹는 장면에서부터, 국수를 먹을 때 면치기를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제발이지, 배울 게 따로 있지 그따위는 배워서 안 된다. 평소에 장난스레 그런 식으로 버릇 들여놓으면 막상 점잖은 자리, 매너를 지켜야할 자리에서 진땀을 흘릴 수 있다.


독일에 출장을 갔을 때 호텔의 식당에서 쩝쩝 후루룩 소리를 내며 식사를 하던 우리 일행을 경멸스럽게 째려보던 옆자리 신사의 눈초리가 지금도 선하다. 자고로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적게 내는 것이 매너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면치기는?


면치기에 대해 좀 알아보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사한 바로는 ‘면치기’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대략 2015~2016년경인 것 같다. 특히 TV의 <맛있는 녀석들> 2016년 3월 4일 '일본 우동편'에서 코미디언 김준현 씨가 탄력 있는 일본 우동을 먹는 장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유력하다. 그가 면을 끊지 않고 후루룩 먹을 때 면발이 입 주위 얼굴을 탁탁 치자 ‘이게 바로 면치기다’라는 자막이 나왔는데 이것이 이 용어의 최초의 등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면(麵)치기란 면(麵 : 국수)으로 면(面 : 얼굴)을 치면서 국수를 먹는 행태를 말하는 용어로 정착됐다.


원래 면을 먹을 때 소리를 내서 먹는 방식은 일본의 소바에서 유래한 문화로, 이러한 면치기를 일본에서는 스스루(すする/ススル音)라고 칭하며, 다른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는 건 예절에 어긋나지만 면요리의 경우 ‘후루룩’하며 소리를 내는 게 정석이란다. 그러나 일본에서조차 요즘은 소리를 내는 것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는데 우리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나무위키, 면치기 참조).


면치기에 대하여 이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두되 결국은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매너라는 것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면치기를 하면 게걸스럽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국물이 옷에 튀고 지나치면 다른 사람에게 까지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또한 그 소리가 남들에게 결코 좋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면치기 운운하며 말도 안 되는 잡설로 눙칠 생각을 말고 조용히 식사를 하는 것이 바른 매너다.


젊은이들이 친구들 끼리 모여 식사를 할 때는 면치기를 하든 엎어치기를 하든 알아서 할 일이지만 적어도 남들까지 자리를 함께하는 공공의 식당이나 또는 점잖은 자리라면 단연코 소리를 최대한 죽여야 한다. 매너란 남을 배려하는 것이니까. 설령 국수라는 음식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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