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5)
‘하실게요’가 대유행이다. 미용실 가면 염색이나 펌하기 전에 “샴푸 먼저 하실게요~”, 병원에 가면 의사선생님마저 환자에 대한 조치를 끝내면서 “2주 후에 보실게요”라고 한다. 백화점에서도 그렇고 음식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잘 교육시켜야할 유치원에서 조차
아이들에게 물건을 건네면서 “선생님이 이거 OO에게 주실게요~”라고 했단다. 그래서 어떤 엄마가 방송에 소개한 적도 있다. 유행이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도 그렇고 자고로 못된 것이 전파력이 강하다.
“이리로 오실게요.”
“고객님, 이 옷 입어 보실게요.”
이런 ‘~하실게요’는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권하는 ‘~하세요’의 잘못된 표현인데 이 어법이 등장한 역사가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중 하나인 ‘뿜엔터테인먼트’가 원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극중에서 신보라 씨의 코디네이터로 등장하는 박은영 씨가 “보라 언니, ~하고 가실게요!”식의 어법으로 사람들을 웃긴 것이 유행어가 됐다.
그 어법을 보고 모 한글단체에서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항의를 했다. ‘~하고 가실게요’가 잘못된 어법이라며 이의 수정을 강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하는 수없이 개콘 제작진은 <주의! ‘~하고 가실게요’는 주체 높임형 선어말어미 ‘-시’와 약속형 종결어미 ‘-ㄹ게’가 함께 쓰인 잘못된 표현으로, ‘~할게요/~하겠습니다’가 바른 표현입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그러나 개그는 개그일 뿐, 일종의 코미디적 표현으로 보고 그것을 실제로 고치지는 않았는데 그것이 확 퍼져나갔다는 것이다(스타뉴스 2013. 9. 2). 만지니까 더 커지고 때리니까 더 멀리 튀어나간 셈이다.
당신이 그런 어법을 사용할지 아닐지는 자유지만 나로서는 당연히 그런 어법의 중단을 권고한다. 이런 어법에 대하여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깐깐하게 바른 어법을 강조하는 것이 꼰대적 발상 아니냐고.
그러나 꼭 기억할 것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프로’라는 사실이다. 프로 직장인이요 프로 사회인이다. 스물쯤 됐으면 스스로 프로다워야 한다. 그러니 어린 학생이나 아마추어적 행태를 중단하고 교정해야 한다. 프로는 당연히 원칙을 지켜야한다. 원칙을 지키는 게 프로다.
그리고 때때로 당신은 존대법을 비롯하여 어법에 깐깐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상기해야 한다. 원래 매너나 에티켓은 깐깐한 사람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깐깐한 사람으로 하여금 눈살 찌푸리게 하지 않아야 프로다.
당신의 말버릇을 점검해보자. 만약 ‘하실게요’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면 요상한 논리로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즉각 교정하자. 프로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