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3)
매너란 사람을 대할 때의 행동양식이다. 사람을 대할 때 주된 도구(?)는 입이다. 입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눈의 역할이 매우 강력해졌다. 코로나로 인하여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마스크로 가려진 상대의 표정을, 그리고 말뜻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사람들은 눈에 집중한다. 눈으로 말한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기에 더 세심히 귀를 기울인다.
설령 마스크를 쓰지 않더라도 대화에서 눈의 역할은 중요하다. 눈은 표정의 핵심이며 마음의 창이다. 우리가 창문을 통해 세상을 살피듯 눈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살필 수 있다. 따라서 ‘눈 매너’ 즉, 시선처리의 매너를 익혀둘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고위직 인사를 만나야할 일이 있었다. 만남을 주선해준 사람이 그를 상대할 때 주의할 점을 이야기해줬다. 그중의 하나가 ‘시선처리’다.
“그 분과 대화를 나눌 때 시선을 피하지 마세요. 눈을 보며 말하세요. 다른 곳을 보며 말을 하면 끝장입니다.”
끝장이라고? 뭐 그렇게까지 겁을 줄 일은 아니었지만 흥미로운 충고였다. 허기는 맹자도 대화를 나눌 때 상대의 눈을 주시했다지?.
맹자가 말했다. “사람에게 눈동자보다 진실 된 것은 없으니, 눈동자는 그 사람의 악(심)을 숨기지 못한다. 마음속이 올바르면 눈동자는 맑고, 마음속이 올바르지 못하면 눈동자도 어둡다. 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눈동자를 보는데 어찌 마음을 숨길 수 있겠는가.”
<孟子曰 : 存乎人者 莫良於眸子 眸子不能掩其惡
맹자왈 존호인자 막량어모자 모자불능엄기악
胸中正 則眸子瞭焉 胸中不正 則眸子眊焉
흉중정 즉모자료언 흉중불정 즉모자모언
聽其言也 觀其眸子 人焉廋哉
청기언야 관기모자 인언수재>
사람을 대할 때 시선처리를 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본다고? 왜냐면 상대방이 그것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고위직 인사도 자기와 대화를 나눌 때 반드시 눈을 마주쳐야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를 잘 아는 사람이 중요한 팁을 내게 알려줬을 뿐이다.
친구를 만날 때는 시선처리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남녀가 상견례를 한다거나 상사에게 보고를 하는 등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는 사람을 대하게 될 때 시선처리에 의도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악수를 하며 인사말을 나눌 때부터 상대를 똑바로 봐야한다. 그게 매너다.
왜 눈 맞춤을 강조하는가. 시선을 피하면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사람으로 의심받게 된다. 또한 눈길을 피한다는 것은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며 소통할 의지가 적다는 것이요,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품격마저 없어 보인다.
가끔 시사평론을 하면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원로 변호사 S씨는 더 심하게 말했다. 눈을 마주보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대통령 후보의 반열에까지 오른 정치인 L씨는 무심코 ‘노룩(no look) 악수’를 했다가 교만하다는 평가를 낳고 결국 사과까지 했다. 이런 사례를 들려면 의외로 많다.
시선처리는 지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 '노룩'을 하면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타인을 증오하거나 무시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시선 무시’ ‘안하무인(眼下無人)’ 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지위가 낮거나 새파란 젊은이가 그러면 자신감이 없거나 무엇인가를 숨기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된다. 그렇다고 상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도 좋지 않다. 자칫 도전적이거나 항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상대를 불쾌하게 할 수도 있다.
영국 런던 대학의 심리학자 조프리 버드 박사에 따르면 상대를 바라보는 눈길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다면 이는 오히려 대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거나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는 호소를 억지로 보내는 것이라 했다. 이는 결국 ‘진실하지 않다는 것’을 감추려는 ‘쇼맨십’으로 볼 수 있다.
시선을 피하지도 말고 뚫어지게 쳐다보지도 말라고? 그렇다. 시선교환이 너무 짧으면 품격이 없고 불안해보이며 뚫어지게 오래 쳐다보면 권위적이고 부담스럽습니다. ‘선한 눈’(이것이 중요하다)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대화를 하거나 악수를 하되 가끔은 상대의 코나 입 주위로 시선을 자연스럽게 분산시키며 말하는 게 시선처리의 요령이며 눈으로 말하는 매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