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2)
강의를 끝냈을 때 그가 내게 다가왔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공손히 인사를 건넨다.
“박사님, 반갑습니다.”
나의 강의를 감명깊게 들었다고 했다. 예전부터 나의 책을 읽은 팬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손을 쓱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나이든 탓인지 젊은이가 살갑게 다가오는 것은 왠지 반갑고 고맙다. 악수를 청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순간 이런 생각이 빠르게 지나간다.
‘악수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하는 구먼.’
이건 확실히 나의 직업병이다. 어쨌거나 차제에 ‘악수’에 대하여 확실히 알아두자.
악수는 원래 ‘두 사람’이 아닌 ‘두 남자’가 나누는 인사법이었다. 수백 년 전 잉글랜드에서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악수를 했다는 기록이 전해져온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기에 악수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최근까지 여성들 사이에서는 악수가 일반화되지 않은 이유다.
오래된 과거에는 왼손으로 악수를 했단다. 왼손 소매속에 무기를 숨기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오른손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오른손이 ‘칼을 잡는 손’이기 때문이다. 초창기의 악수는 손목을 잡는 것이었다는데 언제부턴가 손을 잡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다루고자 하는 악수의 매너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원래부터 있어온 규칙은 아니라는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이요 앞으로도 악수의 매너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현재의 시점에서 악수에 대한 규칙과 매너를 제대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일(?)하고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앞에서 만난 그 청년은 어떤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름 아니라, 악수는 연장자나 서열이 높은 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원칙이요 매너라는 점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이해가 확실해질 것이다. 신입사원이 회장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답이 나온다. 결론은 그러지 말라는 것. 상대가 깐깐한 사람이면 내심 “버르장머리 없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악수요령은 의외로 까다롭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면서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5가지 정도는 꼭 기억하고 실천하는 게 좋다. 당신의 악수매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한다.
1) 악수는 원칙적으로 ① 여성이 남성에게 ② 윗사람(연장자)이 손아래 사람에게 ③ 선배가 후배에게 ④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손을 내밀게 돼 있다. 아랫사람이 먼저 악수를 청하면 결례라는 말이다. 그러나 국가 원수 등 고위직일 때는 이러한 기준에서 예외가 된다. 즉,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다.
2) 원칙상 악수는 한손(오른손)으로 한다. 웃어른과 악수를 할 때 황송하다고 두 손으로 감싸는 경우가 있는데 바른 매너가 아니다. 더욱이 감싸는 방법도 여럿인데 어떤 사람은 한손으로 악수를 하면서 다른 한손으로 상대방의 손등을 ‘위에서’ 감싸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격려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손으로 악수하기가 쑥스러워 좀 더 공손히 하고 싶다면 다른 손으로 악수하는 손의 팔목을 자연스럽게 받히면 된다.
3) 윗사람과 악수를 할 때는 허리를 약간 굽혀서 경의를 표하는 게 좋다. 악수는 서양에서 유래된 것이어서 원래 허리를 굽히지 않는 게 원칙이나 우리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한국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4) 악수를 할 때 약간 허리를 굽혀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이전까지 반드시 시선을 부드럽게 상대와 맞춰야한다. 노룩(no look) 악수는 금물 중의 금물이다(이후 허리를 굽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밑을 향하게 된다).
5) 손을 쥘 때 너무 세거나 약하지 않게 쥔다. 아랫사람이 상대보다 손을 세게 잡으면 도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결례다. 반대로 가만히 쥐어주기만 하면 자신감이 없거나 성의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여성과 악수할 때 너무 꽉 잡으면 반지 등으로 인해서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