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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인사법을 모르다니

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15)

by 조관일

아직도 인사법을 모르다니


어느 대학에 강의를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일찍 도착해서 학교의 이곳저곳을 둘러봤는데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모의 면접을 할 수 있도록 설치한 장소였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학생들의 취업면접에 도움을 주기위해 애쓰고 있는 학교당국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뭔가 잘 못 짚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니라 면접장에 들어서서 인사하는 장면이 실물크기의 커다란 사진으로 설치되어 있었는데 남녀학생 모두 소위 ‘배꼽인사’를 하도록 설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강의 때 학생들에게 말해줬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저런 식의 인사는 오히려 감점이 될지 모른다고. 인사는 그냥 자연스러우면 된다고.

어쩌면 항공사 여성 승무원이나 백화점의 ‘그리터(인사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에게서 그런 인사법을 봤는지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사법은 결코 아니다.


요즘엔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받는 어린아이에서부터 유치원생, 그리고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방송사의 여성 MC까지 배꼽인사를 교육받는 것 같다. 왜 그렇게 됐을까? 혹시 서비스 교육을 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방법이 널리 퍼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의 유튜브(조관일TV)를 통해 그건 올바른 인사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더니 몇몇 사람이 다른 의견을 말해줬다. 우리의 전통 인사법에서 공수법(손을 앞으로 모아 맞잡는 법)이 배꼽인사라고.


전통 운운 하지 마라. 그렇다면 갓을 쓰고 도포 입고 정식으로 공수법을 지키든가. 요즘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인사법은 분명히 잘못된 인사법이다. 생각해보라. 그렇게 배운 인사법을 성인이 된 다음에 어디서 써먹을 것인가 말이다.


더 웃기는 인사법이 있다. 여성들의 경우 인사를 하면서 한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인사법 말이다. 웃옷의 깃이 헐렁해서 허리를 굽혀야 할 때 한 손으로 가슴골을 살짝 가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목이 완전히 가려진 셔츠를 입고도 가슴골을 가린다?


이제 스물쯤 됐으면 인사법을 제대로 익혀야 한다. 인사는 그냥 두 손을 바로 내리고 공손히 하면 된다. 여성의 경우 치마를 입었을 때 옷자락이 앞으로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손을 앞쪽에서 공손히 맞잡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인사 매너를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인사는 이렇게 한다


0. 인사는 과한 게 좋다.

“어떠한 경우에도, 인사란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보다는 지나치다고 생각될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톨스토이의 말이다. 인사를 많이 해서 뺨맞는 법 없고, 인사를 자주해서 비난받는 경우란 없다.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두 눈 질끈 감고 인사를 하라. 인사를 하고 하고 또 하라.


0. 확실하고 분명하게 하라.

인사를 할 때 우물쭈물 눈치를 보거나, 하는 둥 마는 둥 해서는 안 된다. 인사를 할 때는 허리를 굽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어 표현이 더 중요하다. 즉, 인사말을 곁들여야 한다. 또렷한 어조, 쾌활한 목소리, 분명한 자세로 화끈하고 과감하게 인사를 해야 한다.


0. 상대방과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인사하라.

만약 상대방이 당신을 쳐다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를 해야 할 경우라면 먼저 “안녕하십니까”하고 말로만 인사한 후, 그 인사말을 상대방이 듣고 당신에게 시선을 돌릴 때 허리를 구부려 인사하면 된다.


0. 공손하고 정중하게 하라.

인사를 쾌활하고 분명하게 한다고 해서 그것이 경망스러운 인상을 주거나 장난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껏 인사를 하고서도 그것이 남에게 나쁜 평판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인사는 공손하게, 그리고 정중히 하여야 한다.


0. 인사성이 밝아야 한다.

인사성은 인사를 잘하는 성향, 또는 인사치레를 잘하는 습성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허리를 굽혀서 하는 단순한 동작으로서의 ‘인사’와는 다르다. 사회인으로서 ‘인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사성’이 밝아야 한다.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 그리고 특정한 날이나 애경사에 축하나 위로의 인사를 건네는 것 등, 인사를 차리는 것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스물쯤 됐으면 이제 성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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