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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Sep 01. 2022

헷갈리는 존대의 어법과 매너

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21)

헷갈리는 존대의 어법과 매너     


앞의 글에서도 존대법을 다뤘지만 의외로 까다롭고 헷갈리는 게 존대법이다. 물론 세상이 크게 변했으므로 웬만한 것은 현실을 고려하여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실생활에서 이 정도는 주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를 더 다룬다. 잘 기억하고 입에 버릇이 되도록 하자.      


자기의 신분을 밝힐 때의 어법이다


자기를 소개할 때 “00대학교 *** 교수입니다.”, “00부서 ***팀장입니다.” “00신문사 ***기자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매우 많은데 틀린 존대법이다. 직위나 직책을 뒤에 붙이면 자기의 격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00대학교 교수 ***입니다” “00부서 팀장 ***입니다”식으로 표현해야 맞다. 

제발 헷갈리지 마시라. 물론 다른 사람을 지칭할 때는 “00부서 ***팀장”이라는 식으로 직위나 직책을 뒤에 붙여 높여줘야 한다.     


다음은 사물에 대한 존대법이다. 


“사이즈가 없으십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그 상품이 품절이십니다.” “이 옷 예쁘십니다.” “세일 가격이세요.”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이것은 국립국어원에서 표준 언어예절을 다루면서 사례로 지적한 잘못된 존대어의 사례다. 

고객을 상대하는 곳에서 고객을 존중하려는 것이 지나쳐 물건에까지 존대하는 ‘사물존칭’의 사례라고 했다. 당연히 “사이즈가 없습니다.” “커피 나왔습니다.” “품절입니다”로 써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09/2013100900300.html     


높임의 대상을 제대로 알자.


국립국어원의 분석에 따르면 높이는 대상을 잘못하여 존대어를 잘못 쓰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① “저희는 아이스 카푸치노도 제공하세요”는 상대방이 아니라 말하는 ‘자신’을 높이는 말이고 ② “이 옷 색상 예쁘시죠?” “요즘에는 이런 옷이 트렌드세요”라는 말은 어처구니없게도 상품인 ‘옷’을 높이고 있다. ③ “현금으로 결제하시면 할인이 되세요”처럼 마치 ‘할인을 높이는 것 같은 문장도 있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 한글문화연대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하,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 2013. 9. 30, 성기지,  한글문화연대, http://www.urimal.org/137 )     


0. 존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물에 ‘-시-’를 붙여 존대법을 적용 하는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어, “반응이 너무 좋으세요.” “주문하신 상품이 나오셨습니다.” “이 구두는 볼이 넓으셔서 발이 편하세요.” “색깔이 예쁘십니다.” “모든 상품이 품절이세요”와 같이 사물 주체에 ‘-시-’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0. 또는 “이 제품이 훨씬 저렴하세요.” “아무개 님, 진료비는 삼천 원이세요.” “고장이 나시면 바꿔 드립니다”와 같이 금액이나 제품에까지 존대의 ‘-시-’를 사용하는 데 이것도 원칙에 어긋나는 지나친 존대 표현이다.      

0. 또 있다. 가끔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높이기 위해서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말 또한 ‘-시-’를 남용한 표현이다.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는 “전화번호가 몇 번입니까?”로 바로잡아 써야 바르고 정중한 표현이 된다. 그러나 요즘 현실에서는 전자의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하자.      


0.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또는 “생년월일이 언제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역시 어법에 맞지 않는다.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 “생년월일이 언제입니까?”로 말해야 한다.      


0. ‘있다’를 높여 말하면 ‘계시다’가 되는데, ‘계시다’를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궁금한 점이 계시면 전화로 문의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그렇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전화로 문의해주세요”가 맞다.     


0. 다만, 상대와 관련된 사물이 주어가 된 경우에는 일부 사물에도 주체 높임법을 사용해서 높일 수 있다. 가령, “얼굴이 참 고우십니다”라든가 “마음이 무척 넓으시군요”라는 말은 높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각각 ‘얼굴’과 ‘마음’을 높이고 있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러한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 (이상, 이하연 지음, <전화는 마케팅이다>에서 옮김)


어떤가? 존대법이 까다로운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스물쯤 됐으면 국문학자처럼 존대법을 엄정하게 사용하지는 못해도 큰 틀에서 존대법의 이치를 알고 사용하는 게 매너 있는 사람의 자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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