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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Sep 06. 2022

이래도 되는가?
소위 '요직'이 승진이 빠른 이유

'소통경영' '혁신경영'의 허구

이래도 되는가? 인사, 총무, 비서 등 소위 요직은 왜 승진이 빠른가?

이래도 되는가? 소위 '요직'이 승진이 빠른 이유


최근, 국내굴지의 D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젊은 직원 A씨가 회장에게 보낸 상소문 형식의 이메일을 공개하였다. 그것도 용감무쌍하게 실명으로 말이다. 내용인 즉슨, 왜 승진인사와 성과급 등이 소위 요직이라고 하는 특정부서에 편중됐냐는 것이다. 일선에서, 험지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중삼중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재계 안팎의 반응은 다양한데, 일단 터질 것이 터졌다는 의견이 대세다. 그 동안 누적된 문제와 불만이 드디어 표면화됐다는 말씀이다. 한편에서는 ‘할말은 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세태로 풀이하기도 한다.


그래 맞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때에 이런 불만을 말하면 ‘또라이’ 취급을 당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려니’하고 참고 넘어가지 않는다. 왜 그래야하는 지를 따지고 덤빈다. 공개적으로 밝히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공정과 상식대로 하자고 들이민다.


정말이지,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잘 알다시피 거의 모든 기업에는 소위 요직이니 핵심부서니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부서들은 승진에서 우대되고 성과급마저 그렇다. 예컨대 인사나 기획 예산부서, 비서실이나 서무·총무부서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또한 본부부서에 비하여 지역이나 일선 창구부서가 외면당한다. 일선의 영업부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수가 많다. 또는 ‘주무부서’라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나머지는 ‘종무부서’라는 말인가. 모두가 필요해서 만든 부서요 조직임에랴.


'소통경영' '혁신경영'의 허구


사실 이것만큼 불합리한 것이 없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기는 것과 같다. 그렇잖아도 요직이나 주무부서라면 목에 힘주는 부서인데 승진이나 성과급까지 챙긴다면 공정하지도 않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그렇게 불합리한 일들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서무나 총무, 인사 따위는 이제 AI(인공지능)이 해도 되고 하청을 주어도 되는 직무다. 그런데 그곳이 마치 대단한 인재가 가야 하는 특별한 부서라고 여긴다면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유능한 사람이 일선에서 고객을 대하고 영업을 하는 게 맞지 않는가. 그리하여 승진과 성과급도 그쪽이 챙겨야 상식에 맞고 공정하다. 최소한 불이익은 없어야 공정하고 상식적이다.


물론 조직의 생리나 작동원리를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하여 전사원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고서 ‘소통경영’이니 ‘혁신경영’이니 하는 것은 모두 헛된 수사요 공염불이다.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낸 A씨가 말했다. 진급이든 성과급이든,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를 명확히 해주길 바란다고. 그렇다. 기여한 만큼 대접받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회장이나 사장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거나 인사와 예산을 주무른다고 진급이 빠르고 인사상 우대를 하며 성과급까지 많다면 누가 제대로 된 조직 운영이라고 할 것인가.


이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기여도를 측정하고 그에 맞춰 인사와 급여가 결정돼야 하는 시대가 왔다.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여와 성과에 따라 대접받는 경영을 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요즘 대기업들의 회장들이 구내식당에서 함께 밥 먹으며 현장에서 MZ세대와 대화를 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소식이다. 그러나 인사와 급여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가 도외시 되면서 “MZ세대와의 소통” 운운하는 것은 결국 “쇼통”에 불과하고 만다. 

경영진의 발상전환과 진정성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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