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관일 Sep 12. 2022

혁신하고 싶다고?
딱 하나만 바꿔라(20)

대의를 위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대의를 위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앞의 글에서 ‘킹핀’이니 뭐니 볼링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10개의 핀을 모두 다 박살나는 스트라이크의 명쾌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럼 이제 스트라이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 중의 하나가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다. 이건 볼링이나 야구의 용어가 아니다. 일종의 사회용어다. 잘못을 한번만 저질러도 퇴출시킨다는 의미인데 가끔 들을 수 있다. 회사에서도 듣고 정치권에서도 곧잘 사용한다.  


“그렇게 강조했음에도 갑질 행태를 보이는 간부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할 겁니다.”

이건 사장의 훈시다.

“앞으로 범죄행위로 인하여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즉시 우리 당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시킵니다.”

이건 정당의 대표님 말씀이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은 일벌백계와 통한다. 일벌백계(一罰百戒)란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즉, 다른 모든 사람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본보기로 한 사람에게 엄한 벌을 내리겠다는 말이다. 일벌배계의 원전은 기원전 6세기경으로 올라간다. 


춘추전국시대,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 손무(孫武)는 제(齊)나라 사람이다. 그는 오나라 왕 합려를 만나 자신의 병법대로하면 여자라 하더라도 강한 병사로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에 합려는 자신의 궁녀 180명을 주면서 이들을 훈련시켜 강한 병사로 만들어 보라고 명한다.

손무는 궁녀들을 90명씩 2개 부대로 나눈 뒤, 왕이 총애하는 두 여인을 각각 분대장으로 삼아 훈련을 시켰다. 하지만 궁녀들은 웃기만 하고 명을 따르지 않았다. 소위 빽을 믿었을 것이다.


이에 손무는 군령에 따르지 않은 것은 분대장의 책임이라며 두 여인의 목을 베려고 했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합려다. 자기가 총애하는 여자가 목숨을 날릴 판이 됐으니 말이다. 그래서 목을 베는 것만은 봐주자고 말린다. 하지만 손무는 훈련은 전적으로 훈련대장의 권한이니 왕이라 하더라도 간여할 수 없다면서 두 여인의 목을 베고 차석의 궁녀를 분대장으로 삼았다.


이쯤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궁녀들에게 군기가 바짝 들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훈련을 제대로 받았고 더 나아가 오나라의 군대가 막강해졌다.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일벌백계다. 볼링으로 치면 킹핀을 강하게 때려 친 셈이다.      


일벌백계와 비슷한 의미의 정치권 버전이 읍참마속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참모라 하더라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읍참마속해야 한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줄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고사성어에 익숙하지 않은 신세대를 위하여 해설을 할 필요가 있다


때는 바야흐로 일벌백계의 일화가 생겨나고도 800년쯤 지나서다. 중국의 삼국시대, 유비와 제갈량이 활약을 하던 서기 220년대다 유비는 세상을 떠나면서 제갈량에게 아들 유선(劉禪)을 부탁한다. 228년 봄, 제갈량은 군사를 이끌고 북쪽으로 위나라를 공격했다. 출정에 앞서 그는 새로운 주군인 유선에게 글을 올리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라는 것이다. 


출사표가 뭐냐고? 회사에서 뻑하면 내지르는 사표의 일종이 아니다. 전쟁에 나서면서 그 뜻과 심정, 결의를 담은 글이다(요즘은 스포츠 경기나 어떤 경쟁 따위에 참가 의사를 밝히는 것을 말한다). 제갈량의 ‘출사표’는 우국충정이 넘치는 감동적인 내용으로 그것을 읽고 울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비장한 명문으로 유명하다.      


그건 그렇고, 제갈량의 공격에 맞서 위나라 조비(조조의 아들)는 명장 사마의를 내세워 제갈량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사마의의 명성과 능력을 익히 알고 있는 제갈량은 누구를 보내 그와 싸우게 할 것인지 고심한다. 이때 제갈량의 절친한 친구이자 시중(벼슬이름)인 마량의 아우 마속이 사마의의 군사를 막겠다고 자원하였다. 


제갈량은 조금 미덥지 못했기에 마속을 전쟁터로 보내면서 엄중하게 한 수 가르쳤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길을 굳게 지키고, 섣불리 자리를 움직이지 말라”고.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마속은 나름대로 상황을 살펴본 후, 제갈량의 작전이 현장 상황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보다는 적군을 유인해 역공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산 위에 진을 쳤다. 


얼마 후 위나라 군이 나타나 산기슭을 포위한 채 시간을 끌었고 결국 마속의 군대는 식량과 식수가 동이 나면서 결국 대패하고 말았다. 마속은 겨우 살아남아 제갈량이 있는 본진에 도착하였다. 

제갈량은 단호했다. 그의 목을 베라는 것이다. 주변의 참모들이 마속의 재주가 아깝다며 목숨만은 살려줄 것을 건의했지만 그는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참수한다. 

“마속은 나의 절친한 벗이자 시중인 마량의 아우로, 나 또한 그의 재주를 아낀다. 그러나 지금 내가 사사로운 정 때문에 군율을 어긴 그를 처단하지 않는다면, 이후 군의 기강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겠는가“라면서.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읍참마속이다.


킹핀, 원 스트라이크 아웃, 일벌백계, 읍참마속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공통점이 무엇인가? ‘딱 하나’, ‘단 한 번’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혁신이니 뭐니 하면 말은 추상같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혁신이 흐지부지된다. 혁신을 도모하는 리더라면 킹핀, 원 스트라이크 아웃, 일벌백계, 읍참마속의 교훈을 가슴에 깊이 새겨 실행에 옮겨야 한다. 대의를 위해서다.     

작가의 이전글 추석명절에 해서는 안될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