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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Nov 25. 2022

결국은 인간관계(2)

한국인의 인간관계 구조 - 관계문화를 알면 인간관계가 보인다

2. 한국인의 인간관계 구조 - 관계문화를 알면 인간관계가 보인다     


우리는 특유의 관계문화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 ‘관계문화’란 학연이든 지연이든 서로 관계있는 사람, 서로 알고 있는 사람, 가족적 인간관계끼리만 똘똘 뭉쳐 지내는 반면에 관계가 없는 사람, 낯설고 서먹하고 가족 집단을 벗어난 사람과는 담을 쌓아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문화를 말한다.


우리의 관계문화를 이해하려면 가족주의로 완성된 집단주의를 알아야 한다. 최준식 교수는 그의 명저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에서 이에 대해 명쾌한 분석을 하고 있다. 즉 우리는 집단주의의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고 자꾸 집단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집단을 만든다는 것은 내편 네편을 가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내외(內外)집단을 나누고 내(內)집단은 나와 ‘관계’가 있는 집단으로 끈끈한 결속력을 갖게 되지만 반면에 외(外)집단에 대해는 지나칠 정도로 배타적이 된다. 이것이 바로 관계문화다.


물론, 어느 민족이든 관계에 따라 친소(親疎)를 가리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우리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중국인들의 ‘관시문화’도 유명하다. 그들이 말하는 ‘관시’(guānxi)의 한자표기가 바로 ‘关系(關係)’이다. 관시가 있고 없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좌우될 만큼 관시는 중국 사회에서 중요 변수다. 그들의 영향 탓인지는 모르겠으되, 하여튼 우리네의 관계문화 역시 알아줘야한다.

 

잘 아는 사람,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는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파격적인 대접을 하려한다. 그러나 낯설고 모르는 타인들에게는 놀라우리만치 냉랭하고 쌀쌀한 일면을 보여준다. 심지어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이라도 ‘모르는 사이’ ‘관계가 없는 사이’이면 사소한 일에도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이웃이면서도 서로 잘 모른다는 이유하나로 악다구니를 쓰며 주차시비를 하고 층간소음문제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도 결국은 관계문화의 이면이다.     


본능적으로 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어떤 골치 아픈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먼저 ‘아는 사람’ ‘관계있는 사람’과 연결되는지부터 따지는 것이다. 

어느 날, 경찰이나 검찰 같은 곳에서 당신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전화가 왔다고 치자. 당신에게 전혀 잘못이 없고 단지 어떤 사건에 연루된 참고인의 자격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심란할 것이다. 그때 당신의 머리에는 당연히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그 경찰서(또는 검찰청)에 혹시 아는 사람은 없는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인은 서로 친해지기까지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 대신 친해지기만 하면 만사형통이다. 이것이 정(情)의 양면성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잘 지내려면 빨리 아는 사이가 되라”고 충고한다. ‘아는 사이가 되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형성하라는 뜻이요 인맥을 만들라는 의미다.


이런 집단주의적 관계문화는 그 뿌리가 워낙 깊어서 세계가 지구촌이 되고 초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그대로라 할 수 있다. SNS로 세계 곳곳에 교류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결국은 내집단과 외집단의 경계를 넘기는 쉽지가 않다. 

따라서 세상을 살면서 원활한 인간관계들 유지하고 끈끈한 인맥을 형성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상대방의 집단주의적 성향에 당신을 접근시킴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관계문화를 이해하면 인간관계가 보일 것이다.      

                                                                     *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신이 주는 축복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시키지 않으면 축복을 저버리는 것과 같다.”  - 데이비드 팩커드(David Packard), 휴렉 팩커드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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