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역설 -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인맥지향
영악스럽게도(?) 요즘 사람들은 ‘필요성’으로 상대의 가치를 따진다. 그래서 누가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유심히 따져보고 평가한다. 그러고는 누군가가 필요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다 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게 인맥을 이뤄간다. 계산적이고 정치적이다. 그러기에 적도 없고 동지도 없다. 적이라도 필요가치가 있으면 동지가 되고 동지라도 필요가치가 없으면 단절된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필요가치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고 관계를 맺으려 할 것이다. 그 기준에 따라 인맥을 형성하려 할 것이다. 세상살이가 복잡해지면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세상이 발전하면 원칙중심으로 갈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인맥에 관한한 반대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인맥지향의 세상이 되고 있다. 눈덩이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눈덩이효과(Snowball effect)란 어떤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활성화되는 것을 말한다. 마치 작은 눈덩이를 굴리면 점점 더 커지는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는 인맥이라는 개념과 폭이 단순했다. 혈연·학연·지연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세상이 훨씬 복잡 다양해졌다. 인터넷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구반대편의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도 연(緣)이 닿는다. 그만큼 인맥 또한 복잡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인간관계와 인맥의 폭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요즘을 일컬어 극개인주의(極個人主義)시대라 한다. 지독한 개인주의라는 말이다. ‘혼자서 제 잘난 멋에 사는’ 세상이다. “인터넷시대의 신(新)인간들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으려는 성향을 강하게 나타낸다. 인간관계로부터 상처받기 싫어서 남에게 아예 마음을 주려고 하지도 않고 상대방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원치 않는다. 이것이 밀레니엄 세대의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극개인주의라면서 인맥지향이라는 것이 말이다. 사람들은 왜 남들로부터 간섭받기 싫어하면서 동시에 남들과 광범위하게 교류하려할까? 왜 소셜네트워크(SNS : Social Networks Services)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연결 지으려고 할까? 왜 SNS에 열광하고 그것에 푹 빠질까? 모순 아닌가? 이것이 바로 ‘인터넷의 역설’이다.
그 동안 인터넷은 인간의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왜냐하면 E메일과 채팅 등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네기 멜런 대학의 로버트인 크라우트 박사가 피츠버그 지역 대학생 등 169명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인터넷 사용이 감정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집중 분석, 연구한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즉, 1주일에 인터넷을 1시간 사용하는 경우, 직접 사귀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드는 대신에 우울증의 강도와 고독감 지수는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고독하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한다. 점점 더 고독을 향해 질주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을 찾아 나선다. 이런 상황에서 복잡한 절차와 요령이 없이도 전 세계의 사람들과 교차인맥을 맺으며 폭발적으로 사람을 사귈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나타났다.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SNS)가 그것이다.
SNS에 푹 빠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고독’ 때문이다. 외롭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누군가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으며 위로 받고 싶어서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독백처럼 글을 올리고 누군가의 반응을 기다린다. 응원하는 댓글을 올려주고 ‘좋아요’라고 클릭해주기를 갈망한다. 댓글이 없거나 ‘좋아요’라는 반응이 없으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그럴수록 더 많은 친구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는 자기의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나는 누구와 인연을 맺고 있다”고 과시하려한다. 그를 위해 더 많은 사람과 친교를 맺고 싶어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외롭기에 더 많은 네트워크를 맺으려하고 그것이 또 다른 고독, 마치 군중속의 고독 같은 심리상태를 형성함으로써 또 다시 네트워크를 확대하려고 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인터넷과 SNS라는 온라인상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상의 연결도 확대되고 있다. 인연을 맺을 기회가 폭발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로움과 고독을 ‘직접 대면’이라는 화끈한 방법으로 풀고 싶은 욕망 또한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모임’이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인맥을 형성하려고 한다(글이 길어서 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