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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Nov 28. 2022

결국은 인간관계(5)

끼리끼리 노는 인맥지향의 세상

5. 끼리끼리 노는 인맥지향의 세상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임 만들기를 좋아한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이런 저런 모임을 자꾸 만들고 거기에 속하려고 열심이다. 원래 한국인들의 문화적, 정서적 특징 중 하나가 집단주의이다. 가족주의로부터 비롯된 한국의 집단주의는 그 범위를 점차 지연과 학연으로 넓혀간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개인주의면서도 혼자 있기를 두려워한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이런 저런 모임을 자꾸 만들고 거기에 속하려고 열심이다.


동창회, 도민회, 군민회는 물론이고 면민회도 있다. 하여튼 모임이 많은 게 우리네이다. ‘강사모’라는 모임도 있는데, 강원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강사모’요,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강사모’, 그리고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강사모’란다. 심지어는 ‘번개팅’이라는 것까지 있어서 온라인을 통한 즉석모임, 즉흥모임까지 만들어낸다. 


예전에는 ‘계’라는 것이 모임의 전형이었다. 그리고 동창회와 향우회가 고작이었지만 요즘은 별별 모임이 다 있다. 우리네처럼 혈연·학연·지연은 물론이고, 군연(해병대, ROTC 등 군대생활로 맺어진 인연), 직연(직장동이, 퇴직동기), 주연(술로 맺어진 인연)과 고연(고스톱으로 맺어진 인연), 골연(골프로 맺어진 인연)에 관연(관광을 함께 간 인연), 아연(아파트에 함께 사는 인연), 스연(조기축구, 등 스포츠 인연)까지 챙기는 인맥사회적 풍토는 드물 것이다.


심지어 ‘아연’까지 등장했다. 아이를 매개로 한 인연이요 인맥 맺기다. 학부모 모임은 그렇다 치고 아이를 낳을 때부터 모임을 만든다는 얘기다. 신생아가 인맥을? 그렇다. 설명을 들어보자. 

요즘은 아이를 낳을 때 거의 대부분 병원에서 낳는다. 산후의 몸조리도 집에서 하지 않고 산후조리원에서 하게 된다. 예전과는 전혀 판이한 양상이다. 바로 그곳에서 인맥이 형성된다는 이야기다.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다보면 산모들끼리 어울리게 되고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기를 매체로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우선 어머니들끼리 모임이 만들어진다. 그리하여 ‘조리원 동기’ 모임이 구성되고 산후조리원을 벗어난 이후에도 마음이 맞는 산모들이 의기투합한다. 육아 정보를 나누고 육아용품을 공동구매하는 등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아기가 자라면서 어린이집에 가게 되고 유치원에 다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어머니의 모임은 자연스럽게 아이들 간의 인맥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아예 자녀의 인맥 형성을 고려해 특정한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냐 아니냐를 떠나 이것이 요즘의 세태요 현실이다. 이 또한 ‘끼리끼리 노는 것’이다.


이렇게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환경에 친소의 강도에 따라 내편 네편을 강하게 구분 짓는 우리네 특유의 관계문화가 덧씌워짐으로써 인맥지향의 세상으로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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