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관일 Nov 29. 2022

결국은 인간관계(6)

인맥지향의 정서 - 그럼에도 매우 서툴다

6. 인맥지향의 정서 - 그럼에도 매우 서툴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위기,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보자. 그리고 다음 물음에 답해보자. 당신에게 닥친 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면, 또는 극복할 수 없었다면 그 것은 무엇 때문이었는가? 아마도 결론은 ‘사람’일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을 것이고, ‘누군가’가 있어서 이겨냈을 테니까.


좀 더 구체적인 경우로 따져보자. 직장 생활의 사활이 걸린 큰 프로젝트가 당신에게 부여됐다고 가정하자. 또는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하자. 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골치 아픈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고 하자. 한마디로 인생의 ‘결정적 순간’일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낀다. 이때에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도움의 손길, 즉 인맥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이 인지상정이요, 경험론적 반응이다. 묵묵히 자기 일만 잘 하면 된다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멀었다.      

인맥, 때로는 인간관계라는 이름의 특별한 인연!(이하, ‘인맥’과 ‘인관관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구분하지 않고 혼용한다) 그것의 중요성과 현실을 진단한 조사는 많고도 많다. 그 중에서도 인간관계론의 신봉자들이 전통적으로 인용하는 연구는 미국 카네기 공과대학에서 발표한 것이다. 즉, 세상살이에 실패한 1만 명을 대상으로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조사했더니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해 실패한 사람은 15%인데 비해 인간관계의 잘못에 원인이 있는 사람이 85%나 되더라는 것이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인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보면 성공의 절대적 요소임을 실감하게 된다. 인맥이라고 하면 ‘연줄, 빽, 낙하산’ 등이 연상돼 없어져야 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85%이상의 직장인이 ‘인맥도 능력이며 따라서 당연히 관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조사한 결과는 더 놀랍다. ‘성공을 위한 인맥의 필요성’에 대해서 설문한 결과, 거의 모두라 할 수 있는 98.4%가 ‘성공하기 위해 인맥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니까.     


● SNS시대, 인맥을 새롭게 보라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인맥이 부정적인 인상을 주었던 것은 우리 특유의 문화 때문이기도 했다. 서구의 이성적․합리적 인맥 활용이 아니라 감성적·비합리적인 인맥 이용이 되고 그럼으로써 사회문제가 되곤 했던 것은 바로 우리의 인맥에 ‘정(情)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고 이어령 선생은 《신한국인》에서 우리의 정 문화를 재미있게 해석했다. 그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서로 결합시키고 끌어당기는 마음의 자석 같은 것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이 정이라 했다. 서구사람들처럼 따져가면서 합리주의로 살아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성을 넘어선, 비합리주의에 가까운 정의 세계가 바로 우리 문화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성서에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 말씀은 로고스입니다. 로고스는 이성적이고 원리원칙을 따지는 지적인 세계, 논리세계인데, 우리가 우리의 성서를 쓴다면 ‘태초에 정이 있었다’고 썼을 겁니다.” 그의 말이다.


이처럼 비이성적이라 할 수 있는 ‘정’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보니 때로는 인맥 활용이 범죄적 울타리를 넘나들게 되는 수가 많다. ‘그놈의 정 때문에’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인맥이라면 부정적 인상을 풍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 이제 인맥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구태여 외면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인맥에 경도될 이유도 없다. 인맥은 칼과 같다. 양면성이 있다. 칼이 강도의 손에 들리면 범죄의 도구가 되지만 의사에 손에 잡히면 생명을 구하는 수술의 도구가 되듯이 인맥 또한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활용 하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따라서 세상살이의 한 방편으로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맥의 긍정적 기능을 십분 활용하자는 말이다. 


어차피 지금은 네트워크 시대다.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정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 사회의 기본구조인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가 활짝 열림으로써 혈연·학연·지연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인맥이 강조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적응하려면 나름의 인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리해야만 한다. 


인맥이라면 자신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연고를 통해 비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다.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적절한 사람을 통해 세상살이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좋은 인맥들의 강점을 내 것으로 흡수해보자는 것이다. 인맥을 잘 형성하고 잘 활용하는 적극성과 지혜를 발휘하자는 것이다. 독야청청 하는 독불장군으로는 세상에 적응할 수도 없고 승리할 수는 더욱 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SNS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시대의 인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요 접근법이다.      

                                                                  *

“젊었을 때는 돈을 빌려서라도 훌륭한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 물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지만, 사람은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 히구치 히로타로, 아사히 맥주 전 회장     

작가의 이전글 '스타일 리더십'이 답이다(1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