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나는 사이가 좋은 편이다.
싸울 일도 별로 없다. 단 한 가지. 수학만 빼고.
국어나 영어 앞에서는 당당한 아이가, 수학 문제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중1 수학 문제집을 펴놓고 있는 6학년.
사실, 그 자체로도 대견한 일인데 문제는 우리 동네가, 이른바 '학군지'라는 점이다.
“5~6학년이 고등수학을 푼다더라”는 소문이 아닌 사실이다.
이미 고등과정을 끝냈다는 아이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 속에서 누군가가 자꾸 외친다.
“우리 애, 늦은 거 아니야?”
그러면 나도 모르게 그 기준에 맞춰 딸을 바라보고 조바심을 내고 결국엔 나무라게 된다.
딸은 책상에 앉아 있다. 연필도 들고 있다. 하지만 머릿속은, 딴 세상에 있다.
나는 안쓰럽다가, 속이 터졌다가,
“그만 자라” 했다가,
“다 풀고 자” 했다가…
내 마음도 문제집처럼 오락가락...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건 ‘수학’이 문제가 아니다.
‘엄마의 욕심’이라는 변수도, 함께 작동 중이라는 걸.
사실 나도 수학을 어려워했다. 그러니 딸도 어려워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왜 자꾸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올라오는 걸까.
알면서도 멈추기 힘든, 그 욕심이 참 어렵다.
소인수분해 하나에 끙끙대는 딸을 흐뭇하게만 바라보지 못하는 건
아마도 이 아이가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수학 문제’가 단지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나는 바란다.
이놈의 수학이 우리 사이를 너무 멀게만 만들진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