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최고의 건축물, 새둥지

by 틈하나

스튜디오 대본을 쓰다 보면 별의 별 동물 이야기를 다 뒤지게 된다.

그 날도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뭔가를 찾다가 '새 둥지'가 눈에 들어왔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게 아닌가.


건축가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구조미’를 고민할 때, 자주 참고하는 것이 바로 새들의 둥지라고 한다.

실제로도 세계 곳곳에는 새 둥지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물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주경기장이다.

얼핏 보면 거대한 철근 구조물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새 둥지를 닮았다.

그래서 붙은 별명도 '냐오차오(鸟巢)', 곧 '새 둥지'다.

Beijing_national_stadium.jpg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라트비아의 조류 관찰 데크, 미국 클리블랜드의 리딩 네스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새 둥지를 본뜬

건축물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readingnest-3.jpg The reading nest


그런데 정작 우리가 더 눈여겨봐야 할 건, 실제 새들이 만들어내는 ‘진짜 건축물’이다.


한 땀 한 땀, 장인의 솜씨처럼 - 재단사 새 Taylor bird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이 작은 새는 마치 바늘과 실을 다루듯 둥지를 만든다.

뾰족한 부리로 잎에 구멍을 내고, 거미줄이나 섬유질 식물을 실처럼 꿰어 옆 잎과 바느질하듯 꿰맨다.

그렇게 완성된 둥지는 마치 작고 아늑한 컵처럼 생겼고, 그 안에서 새끼들이 태어난다.
새 한 마리의 바느질 솜씨로 만들어진 집이 이렇게 따뜻하고 안전해 보일 수 있다니, 경이롭다.


한 채의 집이, 예술이 되기까지 - 베 짜는 새 Baya weaver

예술작품처럼 생긴 이 둥지는, 풀잎과 야자수 잎 등을 수없이 꼬아 만든 것이다.

수컷 새는 이 집을 짓기 위해 무려 500번 이상 재료를 모으고, 한 땀 한 땀 실을 짠다.

완성까지는 18일이 걸린다고 한다.
정말 ‘짓는’ 것이 아니라 ‘짜는’ 수준의 공예다.

둥지 안에는 알을 낳는 별도의 방까지 따로 있다.
이쯤 되면 새가 아니라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새들이 만든 공동주택 - 집단 베짜기 새 Sociable weaver bird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
남아프리카의 건조지대, 커다란 나무 위에 아파트처럼 지어진 거대한 둥지.
무게는 무려 1톤, 사용 연수는 100년이 넘기도 한다.

이 새들은 함께 어울려 살며, 최대 400마리가 하나의 둥지 안에서 생활한다.
둥지의 입구는 뾰족한 지푸라기로 천적의 침입을 막고, 내부는 부드러운 풀과 솜으로 안락하게 꾸며진다.
한 구멍에는 ‘101호, 102호’ 식으로 방을 나눠 살기도 한다.

이 공동체의 목적은 명확하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위험에 함께 대비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커뮤니티'의 모델이기도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멋진 집을 짓기 위해 복잡한 설계도를 그리고,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

그런데 새들은 아무 도구도 없이 오래 전부터 자기만의 집을 지어왔다.

그 둥지는 단순히 보금자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생명을 품고, 가족을 지키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새 둥지는 그냥 나뭇잎을 엮어 만든 게 아니라, 자연이 만든 놀라운 건축물이다.

그리고 그 건축가는, 바로 작은 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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