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 가족에게 배운 것

by 틈하나

수많은 아이템이 지나간다.

누군가는 웃음을 주고, 누군가는 놀라움을 남긴다.

그리고 이 가족은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전주의 한 아파트 12층 테라스.

그곳에 어느 날 수리부엉이 한 쌍이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그 품에서 두 생명이 태어났다.

도심 한 가운데서 벌어진 생명의 탄생.

제작진은 그곳에 캠을 달고, 72일 간의 시간을 함께 지켜봤다.


두 마리의 새끼 수리부엉이.
그 중 둘째는 형보다 다섯 날 늦게 태어나 늘 한 발 늦었다.

먹이 앞에서도, 날갯짓에서도, 언제나 형의 뒷모습을 쫓는 아이였다.


"첫째가 네 번 먹을 동안 겨우 한 입 먹고도 또 밀려난 둘째,
아유… 둘째의 설움이 이런 걸까…"


부엉이 세계엔 밥상을 나눠주는 문화가 없다.

먹이의 주인은 늘 먼저 먹는 자, 강한 자다.

그래서일까~ 형은 매번 먹이를 낚아챘고, 둘째는 바닥에 떨어진 깃털을 먹으려다 퉤퉤 뱉곤 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인간 세상과 닮은 듯했다.

누군가에겐 쉽게 주어지는 기회도, 누군가에겐 더 큰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니까.


"작은 날개로 견뎌내야 하는 이 밤,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 여정이,
둘째에겐 여전히 버겁기만 하다."


그래도 둘째는 포기하지 않았다.

형이 날아오르면, 자신도 폴짝 뛰어보았고,

형이 난간을 넘으면, 자신도 기를 쓰고 올라갔다.

매번 실패하고, 주저앉았지만... 결국 해냈다.


"엄마의 응원 속에, 오! 마침내 난간에 매달린 녀석!!

그래그래, 더 힘내… 옳지… 옳지…"


그렇게 형과 나란히 선 난간 위, 빗물을 툭툭 털고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한 두 녀석.


"힘찬 날갯짓으로, 그동안 그저 바라만 보던 깊은 산속을 향해 첫 비행을 시작했다."


형은 멋지게 날아올랐고,

둘째는 반대편 아파트 벽에 부딪혀 떨어졌다.

그 순간, 모두가 숨을 멈췄다.

'다친 건 아닐까?' '어디로 간 걸까?'


하지만 둘째는, 또 한 번의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 공동현관 앞에서 망설이고-
옹벽 앞에서 몇 번이고 뛰어오르려 애쓰고-

기어이 돌을 밟고, 울타리를 넘어 마침내 산으로 향했다.


그 모든 순간마다 엄마 수리부엉이가 곁에 있었다.

말 없이...

다가서지도 않고...

그저 멀찍이 지켜보며, 때론 울음으로 용기를 북돋으며...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날에도, 묵묵히 기다려주는 부모의 응원은,

두려운 세상 속, 한 발짝 내딛게 해주는 힘이었다."


수리부엉이2.png

둘째가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산으로 향하고,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던 그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잘 있어요~" 라고 말하는 듯한 그 눈빛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성장해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세상에 태어난 뒤 "엄마~"를 처음 외친 날...

첫 걸음마를 시작한 날...

넘어져 울던 날...

그래도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뛰어가던 모습...

엄마 손을 놓고 처음 유치원에 들어서던 날...

어린 마음에도 긴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순간들...

다 잊혀졌다 생각한 기억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내 아이들 역시,

언젠가는 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걸어가게 될 거라는 걸...

수리부엉이 둘째의 날갯짓을 보며 처음으로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된 순간이었다.


수많은 대본을 쓰고, 수많은 장면을 지켜 본 나에게도,

'엄마'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수리부엉이 가족의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이곳에 남겨둔다.


수리부엉이 가족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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