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엄마의 직관기

by 틈하나

인생 처음 야구장에 갔다. 그것도 딸 손에 이끌려서.

나는 해외 축구 광팬이라 야구에는 1도 관심이 없다.
솔직히, 던지고 치고 달리고… 왜 저게 점수로 이어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야구를 TV로 본 적도 없고, 야구장에 간다는 건 내 인생 시나리오엔 없던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잠실야구장에 발을 들였다.
오직, 딸 때문이다.

딸은 롯데 팬이다.
“왜 하필 롯데야?” 물으니,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가 롯데 팬이거든!”
이유가 참 단순하다. 아니, 단순하다 못해 황당하다.
덕분에 야구와 아이돌의 기묘한 연결고리를 알게 됐다.

문제는 티켓팅!

딸은 예매에 실패했고, 결국 내가 티켓베이에서 정가의 네 배를 주고 표를 샀다. 네 배!!!
그래도 아빠 마음으로, 아니 엄마 지갑으로 결제 완료.


드디어 잠실야구장 도착! 그런데 자리가… 외야 꼭대기
고소공포증 있는 나로서는 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 시련의 시작이었다.
자리에 앉아보니 선수들이 손가락만 하게 보였다.
‘나는 지금 왜 여기 있는 걸까….’
잠시 현타가 왔지만, 옆에서 신난 딸을 보니 한편으론 웃음이 나왔다.

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관중석은 꽉 찼고, 응원가는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치어리더가 춤추면 사람들은 덩달아 율동을 따라 한다.
딸도 어느새 열정 200%로 팔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박자를 맞추고 있었으니, 야구 응원의 힘은 대단했다.
심지어 몇몇 응원가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맴돈다.

하지만 경기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롯데는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했다.
딸의 표정은 점점 축 처졌고, 결국 8회 말에도 점수를 못 내고 두산은 앞서가고…
우린 9회 초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
돌아오는 지하철, 딸은 말이 거의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잠들었다.


내 생애 첫 야구 직관.
‘딸 때문에 내가 별 걸 다 해본다’ 싶은 하루였다.
하지만 솔직히, 딸 아니었으면 난 평생 야구장에 안 갔을 거다.
결국 딸 덕분에 또 새로운 경험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롯데는 아쉽게도 올 시즌 7위, 가을야구 실패.

내년엔 꼭 가을야구에 진출하길.
그래야 딸이 환하게 웃을 테고,

나는 다시 정가의 네 배를 주고라도 티켓을 사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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