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도 모르는 엄마와 초4 껌딱지 아들

by 틈하나

오늘은 아들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둘째라서 그런지, 아들임에도 애교가 많다.

목소리는 아직도 앵앵거리고, 토요일이면 꼭 “오늘은 엄마랑 잘 거야”라고 선언하는 초4.

잠잘 땐 고목나무 매미처럼 달라붙는 껌딱지 아들이다.

아들 이야기를 쓰다 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부쩍 말수가 짧아진 딸과 달리,

아들은 여전히 종알종알 옆에서 수다를 떤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거다.

“엄마, 로블록스에서 누가 내 아이템 훔쳐갔어!”

“뭐? 그게 도둑이지! 신고해, 신고!”

“엄마… 원래 그런 게임이야.”

게임에 무지한 엄마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눈빛.

이해 불가한 게임 세계에 진심인 아들을 보며,

나는 오늘도 대화의 출발선부터 놓치고 만다.

아들과의 대화는 시작도 끝도 늘 이상하다.


그럼에도 아들과는 감정 소모가 덜하다.

아직까지는 엄마 말을 곧잘 따르는 기특한 녀석이니까.

숙제하고 게임하는 순서를 엄격히 지키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물론 게임 30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해치운다는 부작용이 있긴 하다.

그래도 그런 거래가 통하는 시절이 언제까지일까 싶어,

나는 오늘도 은근슬쩍 규칙을 늘렸다 줄였다 하며 협상을 이어간다.


아직은 엄마 눈을 맞추고,

내가 안아주면 헤헤~ 웃으며 달려드는 아들.

잘 때 등을 토닥이면 금세 잠드는 천사.

그런데 언젠가는 “뭐? 왜? 어쩌라구?”

이 세 단어로만 대화하려 들 날이 올까 봐 벌써 두렵다.


긴 연휴의 마지막 밤.

아들은 게임 30분을 위해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다.

내일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한숨을 푹 내쉬며.

그 옆에서 딸은 내일 드디어 짝남을 보게 된다며 설레어한다.

숙제는 손도 안 댄 것 같은데... 저 아이는 또 어쩌면 좋을까.

하나는 숙제 때문에 한숨, 하나는 짝남 때문에 설렘.

둘을 나란히 바라보며 나는 그저 웃음이 난다.


연휴의 끝.

나도 내일 출근이다.

내일부터 너도, 나도, 우리 모두 파이팅.


그리고 제발 내 귀여운 초4 껌딱지가 조금만 더 오래 앵앵거리는 목소리로 “엄마~”를 불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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