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일어난 딸이 방에서 나왔다.
머리는 어질러져 있었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지만,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고른 옷을 억지로 입었던 딸이 이제는 스타일이 확실히 달라졌다.
오늘도 아디다스의 검정 츄리닝을 입고, 무심하게 어깨에 걸친 백팩, 그리고 운동화까지...
무심한 듯 보였으나 다 계획된 스타일이었다.
"너 또 그 옷 입었네. 왜 이렇게 입는 거야?" 내가 물었다.
예전 같으면 "엄마, 이거 이상해?"라고 대답하면서 옷을 바꿔 입었겠지만,
이제 딸은 내 질문에 한마디로 답했다. “이게 더 힙하잖아~”
그녀는 그 답을 하면서도, 내가 아직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걸 눈치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딸이 나를 무시하지 않고 나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그 변화가 조금 서운하게 느껴졌다.
딸이 더 이상 내가 고른 옷을 입지 않고, 매일 같은 스타일의 츄리닝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녀와 나 사이에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생긴 것만 같았으니까.
그날 저녁, 딸은 내일 친구와 롯데월드에 갈 예정이라고 신나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엄마, 내일 뭐 입을까?" 딸이 물었다.
나는 그 순간, 딸이 이렇게 옷을 고르는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낯설었다.
딸은 친구와 어떤 스타일로 입기로 했다며 이것저것 입어보더니 그 옷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잠시 후,
내 옷장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엄마, 이 옷 입어도 돼?" 딸이 내 옷을 들고 왔다.
내 청바지와 분홍색 셔츠였다.
"이걸 입고 가겠다고? 이게 맞아?" 내가 물었을 때, 딸은 “어! 느낌 있지 않아?”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제는 딸이 내 옷을 입는다고? 내 옷을??
예전에는 '뭐가 더 예쁘고 멋있지?'라고 고민하며 엄마의 기준을 따라가던 딸이,
이제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고,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변화는 나에게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했던 예쁜 원피스나, 머리띠, 그리고 내가 고른 '귀여운' 스타일은
이제 딸의 취향과 맞지 않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으니까.
요즘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그녀.
더 이상 내가 헤어스타일을 잡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머리를 묶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미기 시작한 그녀를 보며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딸이 나와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걸...
그녀만의 스타일을 찾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걸...
저녁, 딸은 패션쇼를 마친 후, 나에게 한마디 했다.
"엄마도 나랑 스타일 맞춰서 같이 옷 입고 다니면 좋겠다. 이제 엄마도 아디다스 입고, 운동화 신어!"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웃었다.
"그래, 너처럼 스타일 바꿔볼까?" 딸은 나를 쳐다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응! 그러면 20년은 젊어 보일 걸?!"
사실, 나는 여전히 딸이 그렇게 입고 다니는 모습이 낯설고 어색하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딸이 자신의 취향을 찾고, 자신감을 느끼고 있구나를 깨닫고 나니,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엄마로서 딸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그와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앞으로도 나는 딸이 선택하는 스타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딸이 자기만의 취향을 통해 자아를 찾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엄마인 나 역시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