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딸 맞니?

by 틈하나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할 일을 정리하고, 오후에 할 일을 미리 생각해둔다.

그게 나의 일상이다.

반면, 딸은 즉흥적이다. 계획 같은 건 그녀에게 마치 두 번째 언어처럼 어려운 것이다.

"오늘 뭐 할까?"라는 질문에 "글쎄, 그때 가서 생각할게!"라고 답하는 그녀의 태도는,

내겐 마치 외계어를 듣는 듯하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건,

나와 딸의 차이는 단순히 성격 차이를 넘어서 우리의 일상과 가치관까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집에 돌아오면 나는 먼저 옷을 벗고 그날 입었던 옷을 정리한 뒤 곧장 씻는다.

하지만 딸은 외출 후 겉옷과 가방, 양말까지 바닥 아무데나 던져놓고 절대 치우지 않는다.

미로처럼 쌓인 책과 옷. 어디가 제 위치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물건들까지.

딸의 방은 들어가기 전 심호흡이 필요한 공간이다.

어느 날, 딸에게 정리정돈을 좀 해보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보넥도(그녀의 최애아이돌) 의 음악을 틀고 몸을 흔들며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웃기면서도 어쩐지 매력적이었다.

한편으론 그런 딸을 보며 그게 정리가 되니? 싶었지만 웬 걸.

정말로 방이 조금씩 깔끔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정리가 되어 갔다.


그때 나는 한 가지 느낀 바가 있다.

그게 바로 그녀만의 방식이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질서와는 다른 종류의 자유라는 걸.

뭐든 내 계획대로, 순서대로 정리가 되어야 하는 나와 달리, 그녀는 방을 정리하는 그 순간에도 보다 자유롭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듯 보였으니까.

나는 딸의 방식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의 정리정돈이 삶의 모든 것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라면,

딸의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행동은 그저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나와 딸은 다른 점이 너무 많다.

계획과 즉흥, 정리와 혼란, 질서와 자유.

그렇지만 그 다름이 결국 나와 딸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밑바탕이 된다.


나는 계획을 세운다. 딸은 춤을 추며 그 계획을 깨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잘 돌아간다.

딸과 나는 너무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때로는 딸의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이 나를 웃게 하고,

때로는 내가 딸에게 질서를 알려주며 서로의 세상을 조금씩 채운다.


우리 둘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지만, 그 다름이 결국 우리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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