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손길이
하얗게 내려앉은
낡고 해어진 시간들을
이제는 꺼내어
치워 버리려는데
어느 달밤에 붙잡히고
비 내리는 가을날에 이끌려
빛이 바랜 계절을 따라
길을 걷다가
달려가다가
들릴 듯 말 듯
너를 부르고
날지 못하는 학이나
빛나지 못하는 별들이
크지 않은 유리병에서
글썽이며 나를 보면
나는 또 너를
버리지 못하고
속이 깊은 상자에
가지런히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