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by 정현민

정리


너의 손길이

하얗게 내려앉은

낡고 해어진 시간들을

이제는 꺼내어

치워 버리려는데


어느 달밤에 붙잡히고

비 내리는 가을날에 이끌려

빛이 바랜 계절을 따라

길을 걷다가

달려가다가

들릴 듯 말 듯

너를 부르고


날지 못하는 학이나

빛나지 못하는 별들이

크지 않은 유리병에서

글썽이며 나를 보면


나는 또 너를

버리지 못하고

속이 깊은 상자에

가지런히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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