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식구는 단촐하다. 나, 아내 그리고 이제 막 한살된 나무(아메숏 냥이) 이렇게 셋이다.
노키즈이지만, 노키티는 아닌 셈.
나무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아메숏에 뱅갈이 약간 섞인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였던 아이로 뱅갈의 피가 있어서인지 상당히 활발하면서도, 여느 고양이들과 같이 식탐이 강한 아이다.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관찰하는 나무
우리집에 왔을 때 아가아가 했던 아이가 어느덧 한살이라니... 사람으로 치면 중학생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아이와 같은 나무의 한살 기념행사는 녀석의 의도(어땠을지는 정확치 않지만, 늘 그렇듯 엄빠와 같이 보내는 저녁시간을 원했을 것 같다.) 와는 달리 혼자 보낸 1박2일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평소 이 녀석을 관종녀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종이 보통 부정적 뉘앙스이지만 우리집에서는 그리 부정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 단어가 되었는데, 왜 관종녀석이 되었냐를 말하자면 이렇다.
나무는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온도차이가 극명해서 인데, 퇴근하면 현관에 달려나와 마중나와 주는 요 녀석은 아빠 엄마가 TV나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노라면, '꾸웅' 소리를 내며 관심을 유도하다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서 궁디팡팡 내지는 쓰담쓰담을 하게 만들고야 만다.
엄빠 뭐해? 뀨웅
뜬금없는 우다다다 라던가, 장난은 물론 쉬고있을 때에도 서로 잘 보이는 자리에서 쉰다.
반면에 사람이 없을 때에는 소파 밑이나, 터널 속에 들어가서 종일 나오지않고 잠만 잔다. 고양이의 특성이 그렇다고는 하나 처음 키워본터라, 관찰카메라를 처음 설치해서 봤을 때, 와이프가 참 안타까워 했을 정도다. 그렇게 활발한 아이가 아무도 없을 때에는 종일 잠만자고 그 좋아하는 밥도 평소는 미친듯이 흡입하면서도 혼자 먹을 때에는 우두커니 바라만 보다가 천천히 먹을 정도이니 말이다.
비록 무릎냥이는 아니지만 사람을 꽤 좋아하는 (심지어는 집에 처음 온 사람이라도 바로 적응한다) 아이로 사람의 관심을 먹고 사는 녀석이라 관종녀석이라는 애칭이 붙게 되었다.
앞으로 돌아가서 나무의 생일이 되자마자 1박2일을 혼자 보내게 된 연유는 연휴기간이 어버이날의 앞선 휴일이라, 본가에 다녀올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에 본가에 갈때에는 냥이를 데리고 갔었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우리집 나무는 자동차를 꽤 잘타고, 새로운 장소에 대한 적응이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그곳이 차 안이든 본가든... 사람만 있으면 만사 OK다).
하지만 매번 그럴 수도 없고, 나중에 1박2일 여행이라도 가려면, 훈련을 시켜야겠다 생각했고, 막 한살이 된 아이의 기대와 다르게 한살 기념 혼자 '1박2일'이 되버리고 말았다.
혼자 반나절 정도는 지내봤지만, 연속으로 이렇게 긴 시간을 혼자 보내보기는 처음인지라, 본가로 이동중에도, 본가에서도 걱정에 카메라를 보면 여전히 소파밑에만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 반, 아냐! 나무도 연습을 해야지 해서 단호해지는 마음 반이 되었다.
본가에서 자정에 증조할머니의 오빠생각 이란 글을 쓰다가, 카메라를 보니 마침 나와있는게 아닌가. '엄빠생각' 인가? 잠시 후 바로 소파 밑으로 가버렸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에 반나절 정도 비운때에 자동급식기에서 밥이 나오면 - 그 밥돌이가!! - 밥을 안먹고 우두커니 바라만 본 적이 있어서, 혹시나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는데 잘 먹는 것이다.
효묘덕분에 안심하고 부모님과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혼자 보내기 2일째의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오니, 문여는 소리에 반가웠는지 현관 앞까지 마중나와서 애교를 부리는 나무였다. 평소 퇴근 후 처럼 궁디팡팡과 쓰담쓰담을 해주니 바로 일상의 관종녀석으로 돌아왔다.
엄빠가 한살 선물은 못해줄 망정, 혼자 1박2일을 지내게했는데, 말썽없이 혼자 잘 보낸 것 보니 든든해지는구나 싶고, 우리 아이가 잘 자라고있는 것 같은 마음에 안도감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