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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Sep 18. 2023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만날 묘연이었나 보다

동물도 있수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아주 이상하지 않으면, 웬만한 동물은 다 좋아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특히 포유류, 그중에서도 개를 좋아했었고 또, 설치류도 좋아하는 편이었다.


 개의 경우, 어릴 적 주택에서 살 때 같이 살던 바둑이, 누렁이가 있었기에 당연히 개와 친밀했고, 또 좋아했었다. (실제 키던 개 이름이 그랬다. 흔한 이름이었지만...)

오랜만에 앨범에서 찾은 누렁이와 바둑이

 그때에는 집안에서 키우는 게 아니었고 마당에서 키웠던 시절이라 요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꼬리를 살랑살랑하면서 같이 놀던 개가 좋았기에, 나중에 어른이 되고 여유가 되면 강아지를 키워야겠다 마음먹었었다.


 설치류는 외형과 그 행동을 좋아하는데, 사실 집쥐도 해롭지만 않다면 귀여워서 키워보고 싶은 종류 중 하나였다.

 젊었을 때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받게 된 햄스터를 키웠던 적이 있었다. 햄스터는 수명이 2~3년인데 6년 넘게 여러 마리를 3세대를 키웠으니 꽤 키운 편이다. 그때 새끼로 갓 태어났던 녀석을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키워본 것은 뭐랄까 슬프기도 했지만, 인생에 좋은 경험이었다.

 이후에도 조카들이 키우던 햄스터를 집안 내 햄스터 전문가?자격으로  받아 키우게 되면서 잠시 더 햄연을 가졌었다.   


 고양이의 경우에는, 10여 년 전에 의도치 않게 키울뻔했던 적이 한번 있었다.

 비 오는 저녁, 차를 타고 마트에 가던 길이었는데, 6차선 도로를 힘겹게 건너던 새끼 고양이를 마주치고는 위험할 것 같아 비상등을 켜고, 1차선에서 차를 멈춘 적이 있었다. 안아서 길을 건네주려고 다가갔더니, 그 녀석이 놀랬는지 차의 바퀴 안쪽으로 숨어 들어가서 도로 한복판에서 한참 동안 고양이를 찾았고, 겨우 찾은 후 도로에서는 안 되겠다 싶어 차 뒷자리에 냥이를 싣고는 일단 마트로 가버렸다.

 가면서, 아내와 고민한 끝에 키워야 하나보다 싶어서 차에 둔 채로 급히 고양이용품과 먹이를 사서는 집에 와서 먹이를 주었지만, 겁먹었는지 먹지 않고 베란다 구석으로 숨어버린 것이었다.

 어찌할 수 없어, 물과 먹이를 주고는 (당시 맞벌이하던 때라서) 아내와 나는 걱정을 안은 채로 출근을 했다.


 회사에서 내내 고양이 걱정었고 일을 마치자마자 집에 왔지만, 새끼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고 한참을 찾은 끝에 구석에서 싸늘하게 죽어있는 녀석을 발견하고 말았다. 전날 아기 냥이를 만났을 때, 바로 병원 데리고 갈 걸 하는 후회가 남은 일이었다.


 그때 아마도 그 녀석이 잘 자라주었더라면, 어쩌면 지금까지 같이 살거나, 우리 부부가 편안히 좋은 곳으로 보내줬으리라. 지금도 가끔은 그때 그 아가냥이가 생각난다.


 이후 바쁜 나날을 보냈기에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가, 작년 우연히 회사동료의 고양이를 두 달간 탁묘 하면서, 다시 고양이와의 인연이 만들어진 게 현재의 집사 생활의 시작이 된 것이다.

나무와의 첫 만남

 사실 반려동물을 다시 키우게 된다면 강아지를 키워야지 했지, 고양이를 키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어떤 묘연이 생겼는지 지금의 나무(아메숏, 한살반)와 만나서 가족이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만났어야 할 가족은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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