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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Sep 21. 2023

집사로써 나,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까?

동물도 있수다

 지금은 냥이를 키우는 집사이지만, 원래 나는 강아지파였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모두 좋아하지만, 왜 강아지파였던 걸까? 그것은 나의 취미에서 비롯된 매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잠정 중단상태지만, 나의 취미 중 하나는 프라모델 만들기이다. 어릴 적 꿈꿔왔으나 하지 못해 왔던 취미를 직장인이 된 후, 프라모델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여유가 생겨서 시작한 이래 몇 년간 꾸준히 해왔다.


 그 결과물은 책장이라던가 장식장 등에 놓여있던 많은 수의 프라모델들!

스타워즈...좋..좋아합니다...

 강아지는 2차원적인 움직임 중심이고, 3차원으로 이동하더라도 1미터를 넘는 높이는 무리이다. 뭐 비글정도라면 모르겠지만, 내가 키우고 싶었던 견종은 비글은 아니니까 괜찮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실내에서 3차원의 제한이 거의 없다. 냥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아마 롯데타워도 올라갈 것이다. (물론 농담이다!)

 책장이나, 장식장에 전시해 놨던 - 내가 아끼는 - 수많은 프라모델들은 냥이 앞에 한낱 넘어뜨려야 할 장난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전부터 반려동물을 키우고는 싶지만, 그것만은 안돼! 라는 것이 나의 마음이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해결되었다.


 나무를 키우기 전에 탁묘를 해보니, 장식장의 프라모델은 더 높은 곳에 두고, 또 못 올라가도록 방지만 잘하면 될 방법을 찾았고, 사실 장식해 놓은 프라모델의 수를 아주 많이 줄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년간 취미를 하다 보니 잠깐 물려서, 잠정중단된 취미가 되었기도 하.

  

 사실 이 취미와 냥이병립은 난관이 좀 많다는 점에서 잠정중단된 취미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책상에서 뭐라도 할라치면, 바로 책상 위에 올라와서 자기에게 관심 갖기를 바라는 냥이를 두고, 작은 부품을 늘어놓고 집중해야 하는 이 취미는 '이제 안녕'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책상에서 컴만 켜도, 신나서 올라옵니다

 아! 방문을 닫고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 수 있겠지만, 그 쉽지 않다.

 문 밖에서 구슬픈 냐옹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안 열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집안에 있으면서 잠시라도 엄빠가 자기 눈에 안 보이면 바로 찾아 나서서 찡찡대 바람에 문을 안 열어줄 수가 없다.


 어쨌든 나에게 중요했던 취미와의 간섭은 나무와 원만한 타협 끝에 답을 찾았다. 내가 취미 잠정중단으로 양보했다면, 나무는 높은 곳의 물건에 굳이 올라가서 장난친다던가, 사람이 없을 때 난장판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합의 봤다고 할까? ㅎㅎ


 그래도 우리집 냥이인 나무가 착한 덕분에 일부 장식이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고맙다, 나무야!! ㅠㅠ

아빠는 그래도 냥이파 할께~



덧붙임. 최근 어번스케치를 시작했는데... 잘할 수 있겠죠? 나무가 허락해줘야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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