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고양이를 모두 좋아하지만, 왜 강아지파였던걸까? 그것은 나의 취미에서 비롯된 매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잠정 중단상태지만, 나의 취미 중 하나는 프라모델 만들기이다. 어릴 적 꿈꿔왔으나 하지 못해 왔던 취미를 직장인이 된 후, 프라모델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여유가 생겨서 시작한 이래 몇 년간 꾸준히 해왔었다.
그 결과물은 책장이라던가 장식장 등에 놓여있던 많은 수의 프라모델들!
스타워즈...좋..좋아합니다...
강아지는 2차원적인 움직임 중심이고, 3차원으로 이동하더라도 1미터를 넘는 높이는 무리이다. 뭐 비글정도라면 모르겠지만, 내가 키우고 싶었던 견종은 비글은 아니니까 괜찮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실내에서 3차원의 제한이 거의 없다. 냥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아마 롯데타워도 올라갈 것이다. (물론 농담이다!)
책장이나, 장식장에 전시해 놨던 - 내가 아끼는 - 수많은 프라모델들은 냥이 앞에 한낱 넘어뜨려야 할 장난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전부터 반려동물을 키우고는 싶지만, 그것만은 안돼! 라는 것이 나의 마음이었고 지금도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해결되었다.
나무를 키우기 전에 탁묘를 해보니, 장식장의 프라모델은 더 높은 곳에 두고, 또 못 올라가도록 방지만 잘하면 될 방법을 찾았고, 사실 장식해 놓은 프라모델의 수를 아주 많이 줄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년간 취미를 하다 보니 잠깐 물려서, 잠정중단된 취미가 되었기도 하고.
사실 이 취미와 냥이의 병립은 난관이 좀 많다는 점에서 잠정중단된 취미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책상에서 뭐라도 할라치면, 바로 책상 위에 올라와서 자기에게 관심 갖기를 바라는 냥이를 두고, 작은 부품을 늘어놓고 집중해야 하는 이 취미는 '이제 안녕'일 가능성이 높아서이다.
책상에서 컴만 켜도, 신나서 올라옵니다
아! 방문을 닫고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문 밖에서 구슬픈 냐옹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안 열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집안에 있으면서 잠시라도 엄빠가 자기 눈에 안 보이면바로 찾아 나서서 찡찡대는 바람에 문을안 열어줄 수가 없다.
어쨌든 나에게 중요했던 취미와의 간섭은 나무와 원만한 타협 끝에 답을 찾았다. 내가 취미잠정중단으로 양보했다면, 나무는 높은 곳의 물건에 굳이 올라가서 장난친다던가, 사람이 없을 때 난장판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합의 봤다고 할까? ㅎㅎ
그래도 우리집 냥이인 나무가 착한 덕분에 일부 장식이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고맙다, 나무야!! ㅠㅠ
아빠는 그래도 냥이파할께~
덧붙임. 최근 어번스케치를 시작했는데... 잘할 수 있겠죠? 나무가 허락해줘야 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