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도 귀신이 나오는 꿈을 썩 반기지는 않지만, 다행히도 성인이 된 후에는 귀신꿈을 별로 꾸지는 않는 편이다. 공포영화를 본 후라면 조금 예외겠지만...
나에게는 현실적인 악몽이 따로 있다. 그 악몽을 꾸게 되면 괴로워한다거나, 깨어나보면 등이 땀으로 살짝 젖어있을 때가 있다.
나에게 그 악몽은 바로 시험 보는 꿈이다.
출처) 노컷뉴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꿈에서라도 시험을 보는 상황이 되면, 쩔쩔매고 어려워하면서 상당히 곤궁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괴로워하다가 잠에서 깨면,
'휴우~ 난 회사에 다녀서 다행이야... 이제 더 이상 시험을 볼 일은 거의 없으니...'
라고 안심을 하게 된다.
회사에서도 시험을 볼 일이 얼마든지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시험 따위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나이대가 되었기 때문이랄까.
얼마 전 일이다.
회사라는 곳이 늘 그렇듯 오너나 CEO급의 높은 분들은 몇 년에 한 번 커다란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보통 그게 회사의 큰 이벤트? 같이 선언되고, 회사구성원이라면 모두 그 선언 같은 것을 따르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 사내 자격인증 시험 같은 것도 생겨난다.
20여 년의 경험으로 볼 때, 이건 분명 그 분들이 나중에 자서전을 쓰면, 회사에 이러이러한 운동(Movement) 또는 선언을 통해 체질개선을 했다던가, 실적개선을 했다!라고 꼭 쓰는데, 이번에도 아마 그런 것 때문인지 사내 자격인증이 생겨서, 모두 레벨획득을 하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당한다.
일론이 테슬라에서 이런다면 웃기지 않을까?
아마도 그 높으신 분들은 본인이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라고 착각을 하는지, 사내 이벤트나 인터뷰 같은 것이 있을 때면 여지없이 그 단어를 몇 번씩 반복하곤 한다. 그리고, 높은 자격인증율로 인해 실적이 개선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뭣이 중헌지...사내 인증률 몇 프로! 이런 걸 관리한다)
아무튼 "그" 자격인증을 전 사원 획득해야 하는 것처럼 되는 바람에 나도 때아닌 시험을 봐야 했고, 정말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시험 자체는 어려움 없는 시험이지만, 어이없음과 하기 싫음이 합쳐지다 보니 시험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된다.
출처) 영화 곡성
이제 귀신꿈도 잘 안 꾸는 마당에 시험이라니... 시험이라니. 나에겐 시험이 가장 악몽인데...
대충 준비해서 시험은 치뤘지만 수개월 전부터 10월이 오기 전에 시험을 쳐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좋지만은 않았다. 막상 시험을 준비하고 쳐보니, 참 한국적인 시험이었는데... 결과야 뭐 언젠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한 고비를 넘겼다.
인생에 시험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든 있을 테고, 그 단계를 넘어서야 할 텐데, 나에게는 그게 즐기기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좀 있으면 수능시험이라고 생각하니, 준비하는 학생들도 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저 사소한 시험에서도 이제 스트레스를 받는데, 학생들은 얼마나 스트레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