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늘 그렇듯 유튭 시청을 하다가 우연히 오르세 박물관 관련 영상을 보다 보니, 어린 시절의 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집에 제법 책들이 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읽고 싶은 책들을 사서 모은 것은 아니었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의 직업 상 만나는 분들로부터 산 전집류의 책들이 책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는데, 그 책들 중에서 가장 많이 본 책은 '학생백과사전'이었다.
출처) 구글 내 중고장터....에서 이미지 찾았네요
동물, 과학, 우주 등 이런저런 용어에 대한 설명들이 사진과 함께 나와서 너무 신기했었다. 동화책들보다 더 많이 읽었을 정도니까....
그런데 그것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다 보니 좀 식상했던 차에, '동아원색세계 대백과'라는 새로운 백과사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백과사전 매니아였던 형과 나는 아버지께 몇 달인가를 조르고 졸라서 드디어 집에 그 찬란한 '동아원색세계 대백과' 전질이 오게 되었다.
앞서의 학생대백과사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방대한 양과 컬러사진에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백과사전을 탐독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그 부분을 찾아보고, 찾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또 찾아보고 이렇게 반복해서 얼마나 봤던가.
백과사전의 이름 그대로 원색으로 되어있다 보니, 많은 사진자료들이 있었고, 출발은 다른 의도였으나, 아무튼 덕분에 많은 미술작품들과 화가들에 대해서도 꽤나 알게 되었다.
그때 봤던 작품들을 나중에 배낭여행을 하게 되었을 때, 실제 유럽의 유명 박물관들에서 봤을 때의 신기함이란...
백과사전에서만 보던 그림들을 직접 보고, 흐뭇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
출처) 티스토리 곰선생
생각해 보면 그 백과사전 덕분에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린 시절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또 상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니까 말이다.
또, 고집이 센 아버지라 지금도 그다지 사이가 좋진 않지만, 어린 시절 형과 내가 아무리 오랜 시간 졸랐더라도, 많이비싼 가격이었는데도 힘겹게 장만해 주신 아버지께도 새삼 감사한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덧붙임. 인터넷의 시대에 백과사전의 추억이라니...그 시절 꼬꼬마가 이제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