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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Jan 10. 2024

어느 옛 사진에 대한 감상

일상과 사색

 연말에 갔던 어떤 전시회에서 본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어린 소녀가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의 머리에 하얗고 긴 꽃을 꽂아주며 미소를 머금은 사진이다.

사진작가 김복만 님의 74년작

 

한참을 머무르면서 사진을 보았다.


 한 여름에 학교에 다녀오는 길이었는지, 남매인듯한 아이들은 허리에 책보자기를 두르고 있다. 그리고, 동생인 듯 보이는 까까머리의 소년은

'누나 왜 그래? 창피하게...'

라고 말하는 듯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럼에도 단발머리의 개구진 표정의 누나는 마냥 재미있는지 웃으면서 꽃을 꽂아주고 있다. 누나의 구멍 난 셔츠로 살짝 보이는 볼록할지 모르는 배는 왠지 정감이 느껴진다.


 어찌나 장면이 이쁜지 사진을 보는 내내 나도 미소가 지어진다.

 어쩌면 저리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사진이 74년에 찍힌 것으로 보아 아마도 저 누나와 동생은 60살을 향해가는 나이일 것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가난하기 그지없던, 즐길 것 하나 없고, 먹을 것 부족하던 그런 시절이었을 것이다. 누나의 셔츠에 난 구멍이 어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모두들 그런 삶을 보내던 때였을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 그 자체로 존재해 왔음에도, 모든 것이 풍요로운 지금의 저 또래 아이들에게서 저런 해맑은 미소를 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그렇게 사라진 것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도, 옆나라 일본의 지진 때문도, 또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국제유가의 탓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저 찢어진 셔츠를 더 이상 입지 않으려고, 겨우 책 하나 감쌀만한 책보자기를 허리에 둘러매지 않으려고, 성공해야만 다시는 저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에... 경쟁하고, 열심히 돈을 벌고,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만들어낸 세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겨우 만들어 냈는데, 왠지 50년 전의 사진 속의 해맑은 미소를 보니, 그 미소가 간절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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