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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Jan 21. 2024

누군가의 바람

일상과 사색

 우리 집 냥이씨 나무의 하루는 엄빠와 침대에서 자다가, '또르르르' 하면서 나오는 아침밥과 함께 시작된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분주한 아침풍경을 잠시 맞이하고는 여기저기 집안을 둘러보고는 간식타임을 갖고 난 후, 심심해하다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낮잠을 청한다. 그리고 아빠가 퇴근하면, 잠시 궁디팡팡과 쓰담쓰담의 시간을 보낸 후에 저녁을 먹고는 엄빠를 관찰하다가 밤에 좀 놀고 그리고는 야식! 그다음에는 엄빠의 잠과 함께 침대로 향한다.

 표면적으로는 먹고 놀고 자고, 그리고 칭얼거리는 생활의 반복이다.


 나무에게는 다행히 부족함이 없는 환경이라서 경쟁상대와 털을 세워야 한다던가, 다른 위험요소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게다.


그런 나무의 삶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아무래도 따뜻한 집안에서 편안히 살고 있는 모습들이다 보니 치열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부러워 보이는 모양이다.

(사실 나도 부럽다!)

 지인들이 나무의 안부를 묻고는 한결같이 하는 말이 "나무처럼 살고 싶다.", "나무로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

나무에게는 나무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지만, 우리는 알턱이 없으니 보이는 그대로라면,


나무의 삶은 누군가의 바람인 것이다.




 나는 나무를 키우는 입장이니, 내가 나무의 삶이 나의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나의 바람은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누군가의 삶이다.


 저 사람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저런 생활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매일 보는 유튜브에서 좋은 것만 보다 보니 눈은 한껏 높아져있다. 캠핑카는 저 정도는 타야 하는데라던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잔과 책 한 권으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취미생활을 하며 '하하호호' 지내는 삶, 그런 삶을 보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한참을 빠져있다가 채널을 돌려 즐겨보는 뉴스 볼라치면,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에 대한 광고를 보면, 마법의 세계에서 포탈을 타고 현실 세계의 내 방안 옷장 앞으로 철퍼덕 내동댕이 쳐진다.

 

 그리고는 이런 생각이 스친다.


 그래... 사회생활에 이런저런 고충이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내 삶도 어떤이의 바람이 아닐까?


 우리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바람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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