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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Feb 06. 2024

나폴레옹의 유배생활에 대한 망상을 했다가 깨진 이유

일상과 사색

 작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나폴레옹'을 봤다.


 나폴레옹은 워낙 유명한 인물임에도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서야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조금 알게되었다. 그리고, 영화를 다시 곱씹어보는 과정에서 나폴레옹의 삶에 있던 두 번의 유배 중, 엘바섬의 유배에 대한 헛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기존 내 마음속의 유배에 대한 인상 깊었던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서 유배에 대한 영화가 하나 더 추가된 셈.

영화 자산어보 중

 유럽 전역에서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은 1813년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패하고, 이듬해 폐위하면서 지중해의 엘바섬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당시 유럽 최고의 위치에서 한참 내려간 지위로 떨어진 데다, 워낙 야망이 큰 인물이었다 보니 유배생활이 힘들었나 보다.


 영화적으로 그렇게 그려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시대의 유배 - 상당히 가혹한 형벌이었다고 한다 - 와 달리, 어느 정도 귀족과 같은 삶은 유지하면서 엘바섬이라는 영역으로 한정지어진 유배였는데, 사실 이 엘바섬이라는 곳이 지중해 온화한 기후에 있고, 면적이 224km²로 서울면적의 40% 수준이라고 하니 꽤 큰 섬인 셈이, 살만한 곳인 것 같다.

엘바섬의 풍경

 나같이 야망이 없는 인간에게는 황제의 자리에 올라갈 턱도 없기 때문에 유배라고 해도 저런 대우를 받지 않았겠지만, 그 당시 엘바섬에 살던 평민의 관점에서 본 나폴레옹의 유배는 형벌임에도 그리 썩 나쁜 생활은 아니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가족, 친구와 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정서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겠지만, 시종들도 있는 귀족생활 수준은 유지해 주었던 것 같고, 먹고살 걱정은 없었을 테니, 그렇지 않았겠나 생각해 보았다는 것이다.

 만일 나폴레옹이 취미부자였더라면, 또는 저술에 관심이 많았더라면 유의미하게 보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아내에게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만일 먹고살게는 해주는데, 외진 시골집에서 가족도 친구도 없이 살라면 살겠어?"


라고 질문을 받고는 헛생각이었음을 깨우치는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지금 나의 삶과 외진 시골집에서 혼자 사는 삶의 차이와 나의 사회적 지위가 아마도 황제 나폴레옹과 유배지의 나폴레옹의 차이만큼은 아닐 것이니,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현대에 사는 나의 관점에서 바라본 억지였다.


 그 시대의 이유가 있고, 그 시대의 통념이 있고, 또 그 주변의 환경과 시대에 살아온 사람들의 입장이 있으므로, 역사는 현재의 관념과 수준으로 바라보면 안 되는 것이었다 보다.


 그것이 나폴레옹의 유배생활에 대한 망상을 했다가 깨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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