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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Feb 20. 2024

노키즈인 우리 부부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일상과 사색

 주말에 아내와 함께 계획에 없던 도시의 작은 산속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조금 들어간 산속에는 많은 무덤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어떤 시설의 개발계획이 있었던지 무연고 묘지에 대한 이장 및 정리공고가 붙어있었고, 일부 무덤은 다행히도 후손들이 있는지 이미 정리가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수는 연고자가 없는지 시일이 임박했음에도 그대로 버려진 모양새라서 어쩌지 싶은 마음이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끝까지 무덤 주인의 가족이 찾아지지 않는 즉, 무연고자로 판명되는 경우에는 찾아보니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해당지역 관할지청에서 장례를 치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합동안장이 된다고 한다.

츨처)경인종합일보. 무연고자의 합동장례식

 

 주말 드라이브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나는 문득 아이가 없는 부부의 경우, 즉 노키즈인들은 사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 대화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는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부부라면 둘 중 먼저 죽는 경우 남은 사람이 정리를 할 것이고, 남은 사람은 장례업체 등에 사전의뢰를 통해 정리하지 않겠나 싶지만, 가장 핵심논제는 이것이었다.


"화장을 한 후, 유해는 봉안당 같은 곳에 안치한다고 한들 누가 찾아올까?"


"봉안당은 보통 20~30년이 지나면 연장을 하거나 정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 사후 20년이 지나면, 유해는 폐기되는 건가?"


라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미래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유해가 어느 시점에는 안치되지 못하고 어딘가에 버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다 보니, 아예 사후에는 서로 이렇게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대화로 이어졌다.


 먼저 아내는 예전부터 '자신이 죽은 후에는 바다에 유해를 뿌려주거나,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유골함 없는 수목장을 해줘.'였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어차피 찾아올 사람은 없지만 바다는 유해가 떠돌아다니는 셈이라서 썩 내키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어차피 찾아올 사람이 없을 거라면, 생전 못한 꿈을 이뤄보자는 측면에서 나의 화장 후 유골이 우주로 보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나는 우주 속에서 태어난 존재요, 죽어서 다시 광활한 우주로 나를 보내는 것도 꽤 멋지지 않은가!

은하철도999에서처럼 유해를 우주에 뿌리는 것은 무리겠지만...

 지금도 있긴 한데, 아주 작게 유골 일부만 보낸다고 한다. 그렇10~20년 정도 후라면, 유골 전체를 보내는 우주장의 가격도 수백만 원 수준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내린 결론이다. (그럼에도 비용이 줄어들려면 아마도 유골은 작게 압축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이어진 대화의 마지막은,


"그런데, 우리 사후 유골이 어딘가의 쓰레기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도 내 몸이 있던 장소인데 죽어서 우주 폐기물이라던가 해양폐기물처럼 되는 것은 좀 그렇잖아?"


였다. 나와 아내는 공통적으로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우리의 유해가 어딘가에 버려지는 것도 고민인 것이다.


 이렇게 진지하게 시작한 대화가 오가는 중에 농담 섞인 이야기까지 왔지만, 실제 노키즈인이라면 진지하게 생각은 해봐야할 주제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다시 논제를 꺼내서 준비는 해야겠다는 결론만 얻은 채로 마무리가 된 주말이었다.


덧붙임. 사후에라도 우주여행하는 것 괜찮지 않을까요? 후훗.. 찾아올 사람은 없겠지만, 저를 기억할 이가 있다면 밤하늘에 별을 바라봐줘요...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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