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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11. 2023

오페라의 유령, 이런 해석도 되나요?

음악에 대한 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로얄 알버트홀 공연 버전을 봤다.

초연 배우와 25주년 배우들. 감동이다

 아내가 더 글로리 시즌2를 보느라, 넷플 재가입을 한 김에 볼거리를 찾다가, 오랜만에 옛 기억을 살리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뮤지컬을 아주 많이 본 것은 아니나, 유명한 작품들은 조금 본 편인데, 오페라의 유령은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3번이나 봤다.

 

 첫번째는 2001년 LG아트센터에서 했던, 우리나라 배우들이 연기한 공연이었다. 당시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던 때로 전 여친, 현 아내와 함께 봤는데, 큰 돈을 들이지는 못해서 좋지않은 자리에서 봤다. 2층의 상당히 구석에서 봐서 재미는 있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기억이 난다.

이 정도 위치였을 것이다.

(글을 쓰다가 찾은 당시 공연을 평가한 기사가 있어 링크해놓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보시길...)

https://www.themusical.co.kr/Magazine/Detail?num=4419


 두번째는 2010년이었나, 미국에 갔던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 마침 공연이 있어서 (혼자) 봤다. 상당히 앞 부분 자리에서 볼 수 있었기에 이 때의 감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초반 경매신이 마무리되고, 그 유명한 음악과 함께 샹들리에가 올라가는 장면에서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지금도 그 부분의 음악을 들을 때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 장면!!

 

 세번째는 2013년의 오리지널 내한공연으로, 워낙 다시 보고싶던 공연이기도 했고,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나 라는 생각에 큰 맘먹고 S석을 예매해서, 아내와 보러갔었다.(S석의 구석이었던 건, 안 자랑) 당시 공연에는 좌우에 자막이 같이 나와서, 사실상 처음으로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면서 봤다.

 

 앞선 두번은 내용을 잘 모르고, 음악과 분위기에 취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왜냐고? 첫 공연은 우리말 공연이었음에도 시골청년 뮤지컬 처음 구경하는 마음으로 보다보니 내용을 몰랐고, 두번째는 영어 리스닝이 안되서 몰랐다. 그렇다. 나는 영어를 잘 못 한다.


 아무튼 3번째 공연을 너무 재미있게 봤는지라, 마친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돌아오는 길에 한참을 침튀기며 아내와 공연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 하다보니 (참 희안하게도) 아내와 나는 이상하게도 다음과 같은 내용에 의견을 같이 했다.


 "아 근데, 여주 좀 너무하지 않아?"

 

 "왜?"


 "무명의 조연급을 팬텀이 키워줘서 스타를 만들어줬는데, 배반때리네"


 "아..그렇네,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돈많고 잘생긴 남자한테 휙 가버리고... 소속사 배신한 가수네"


 "그치? 그치? 대표가 돈도 안받고 가르쳤더니, 대표 얼굴이 좀 그렇다고... 너무하네..."


이런 결론 말이다.


허락도 없이 마스크를 왜!!


 부부가 둘 다 망상에 일가견이 있다보니, 남들이 들으면 어처구니 없 '막장 예능 뮤지컬 드라마'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역시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이야! 음악하고 무대가 끝내주잖아!!"


이런 훈훈한 마무리랄까...


 얼마전 TV에서 재방하는 전설의 고향에서 애절한 사연을 보면서도, 이렇네 저렇네 막장 스토리로 해석하는 부부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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