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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영화

일상과 사색

by 오영

일요일의 오전, 아점을 먹으면서 틀어놓은 TV에서 정말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더 이상 보지 않고 채널을 넘겨야지라고 마음먹었지만, 역시나 또 보고 있는 영화.


"쇼생크탈출"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나처럼 이 영화를 수없이 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사람들이 뽑는 가장 많이 본 영화에 항상 이 영화가 포함되어 있고, 그 이유가 나와 비슷하게 채널 돌리다가 보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워낙 유명한 영화다 보니, 아카데미 작품상을 못 받았음에도 어떤 영화보다도 최고의 작품인 영화다 등등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정말 명장면의 모음집 같은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다다.


명장면이 너무 많아 어떤 부분이 최고다라고 하기 어렵지만, 오늘은 유독 이 장면에서 눈에 습기가 찬다.

그 장면은 주인공인 듀프레인이 수년간 편지를 보낸 끝에 책과 LP판을 받고 난 후, 삭막한 교도소에 흘려보낸 '피가로의 결혼' 장면으로 많은 분들이 손꼽는 장면인데, 다시 봐도 정말 좋다.

보다 보니, 이 영화를 처음 본 때가 생각난다.


90년대 군대에서였는데, 우리 부대는 상급부대인 사령부 영역 내에 속해있어서,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사회에서 상영한 지 얼마 안 된 영화들을 대강당에서 상영해 줬었고, 해당 시간대 보초근무가 없다면 사령부 내의 많은 부대원들이 와서 영화를 즐겼었다.

일반 부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정말 좋은 혜택이었고,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26개월의 군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토요일 저녁이면, 기대감에 가득 찬 부대원들이 밖에서 정렬하고 대강당이 있는 본관까지 오와 열을 맞춰 갔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봤던 영화들 중에서 딱 두 번! 엔딩에서 전원 기립박수가 있었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쇼생크탈출'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레옹이다)

모두 갇혀 지내는 군생활이었기에 마지막 장면이 공감이 되어서였을까?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다들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그 이후로 극장 시설에서 본 적은 없지만, 채널을 돌리다가 영화채널 나올 때마다, 이미 봤던 장면이고 다 아는 내용인데 마법처럼 붙잡혀서 셀 수 없이 보게 되었다.


오늘도 영화채널에서 1부를 마치는 시간에서야 비로소 쇼생크탈출로부터 '탈출'을 했다. 먹던 아점을 치우기 위해서다. 그리고는 일어나면서 말한다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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