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짙은 색상이라, 이런 계절에는 먼지가 부쩍 눈에 띈다. 그래서, 주말에 고압의 물로 먼지만이라도 걷어내는 세차를 하다 보니, 문득 생각이 나는 노래,
'먼지가 되어'
미세먼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노래지만, 먼지 하면 왠지 이 노래가 떠오른다. 대학생 때 잘 치지는 못했지만 한참 기타를 치던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다.
많은 사람들이 김광석의 노래로 알고 있지만, 사실 원곡은 1976년 이대헌이라는 분의 노래라고 한다. 이후87년에 "젊은이여~ 이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보자."로 시작하는 '이상의 날개'를 부른가수이미키에 의해 다시 발표되었고, 91년에 가수 이윤수가 포크풍으로 편곡된 버전으로 발표했다.
나의 경우 이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이 90년대 초반 '이윤수'가 라디오에서 라이브로 기타로만 연주한버전이었고, 그 당시에는 이윤수가 원곡 가수였던 것으로 알았었다.(이후 김광석은 96년 커버했다)
이윤수의 버전은 바로 앞서의 이미키버전과는 완전히 다른 포크 분위기에 도입부가 기타 저음으로 '둥둥 두둥둥 둥둥 두둥둥~'으로 시작하는데, 이 도입부와 "내 조그만 공간 속에 추억만 쌓이고~" 부분에서 드러나는 이윤수의 매력적인 목소리, 그리고 후렴구의 시원한 가창력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찾을수만 있다면, 정식 발매버전보다 기타로만 연주하는 라이브 버전으로 꼭 들어보길권하지만, 이제 그 버전은 찾을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옛날 내 테입 어딘가에 남아있으려나...)
가사도 멋져서 오래간만에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작은 가슴을 모(오)두 모두어~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다앙신~
먼지가 되어~ 나알아 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으로~~"
어떤 노래는 벚꽃시즌만 되면, 온 동네가 벚꽃 노래가 되어버리는 아름다운 연결이지만서도, 나에게 이 명곡이 미세먼지 철이 되어 생각났다는 것이 조금 애석하기는 하다.
그러면 어떠랴! 오래간만에 머릿속에 '둥둥 두둥둥' 하는 신나는 도입부가 떠올랐으면 되었지.
명곡은 어찌 되었든 기억 속에서 그 곡을 알게 된 계기와 함께 추억이 사라지지 않는 법!
덧붙임. 글 쓰다가 찾아보니, 91년의 이윤수님 버전의 편곡자가 함춘호님이었네요! 역시 '기타의 신'다운 편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