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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 이대로

음악에 대한 수다

by 오영

수년쯤 전까지 매년 외가친척 3대(代)가 모이는 모임이 있었다.


외사촌들에게 우리 남매는 고종사촌이었지만 어릴 적 같은 도시에 살았다 보니, 커서도 친하게 지낸 편이었다. 모임은 40명 정도 규모로 1박 2일로 모여서 이야기하고, 저녁 먹고 놀고, 다음날 근처 유람하고 헤어지는 수순이었다.


한 10년쯤 전인가 보다.

그 해의 모임에서 저녁을 먹고 펜션에 있던 노래방에 모여서 노는데, 막내 외삼촌 부부께서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노래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이가 지긋히 든 후에 부부가 노래를 같이 하는 모습이 꽤 좋아 보였다.


그걸 본 우리 부부는 이후, 나이가 들면 우리도 저렇게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자고, 부를만한 듀엣곡들을 고르기 시작했는데, 후보로 나온 여러 노래 중 하나가 '우리 사랑 이대로'였다.


1999년 주영훈이 작곡을 하고, 이혜진과 함께 부른 곡으로 나중에 부부가 된 장동건, 고소영이 주연을 한 영화 '연풍연가'의 메인테마곡이다.

*이후, 정은지, 서인국이 응답하라 1997에서 커버했지요.

곡과 가사가 좋아서, 나중에 가족 모임이나 부부모임에서 노래를 같이 불러야 할 때가 온다면, 멋들어지게 부르리라 하고 마음먹고, 아내와 노래방을 가서는 연습해 보기로 했다.


노래방에 가서는 이런저런 노래로 목을 좀 가다듬고 드디어! 듀엣곡 연습의 시간!

후보곡 중 하나였던, '너의 의미'를 무난히 마치고는 자신감이 뿜뿜! 이제 '우리 사랑 이대로'의 순서다.

도입부의 여자파트를 아내가 잘 넘겼고, 초반 남자파트도 잘 흘러갔다. '역시! 듀엣곡으로 부르기 좋은 노래군.' 하고 이어갔다.


그런데 웬걸! 뒷부분으로 갈수록 음이 새기 시작한다.

듣기에는 쉬워 보였는데... "내 품에~ 안긴 채~" 하는 부분에서 깨달았다.


'아...주영훈이 노래를 잘하는 거였구나.'

이 노래, 내 음역보다 한참 높은 노래였다. 사실 주영훈이라는 분은 작곡가로 많이 알려져 있었어서, 가수로써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기에 나는 실력도 안되면서 얕잡아 본거였다.


가수는 가수다! 쓸데없이 소파에 앉아서 가수 실력 평가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던 기억의 한 장면이었다.


이제는 성대도 나이가 들어, 노래방에 가도 예전만큼 되지도 않아 더욱 노래에 대한 자신감은 사라진 터, 간혹 야간에 혼자 운전이라도 할 일이 생기면 차 안에서나 목청 높여 불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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