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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Apr 02. 2024

인상 깊었던 선거운동

일상과 사색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선거철, 특히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여기저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선거홍보용 트럭이나, 인사하는 봉사자들을 볼 수 있다.


 요즘은 좀 줄어든 듯 하지만, 아침 7시만 되면 시끄러운 음악소리며, 확성기 소리로 때아닌 소음공해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선거운동! 이게 최선입니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는데, 다시 선거철이 되다 보니 예전에 내게 인상 깊었던 선거운동이 상기되었다.

 

 2년 전의 일이다.

 지방선거 즉, 시의원, 구의원을 뽑는 선거를 했던 때로 당시 아내와 함께 번화가를 걷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거리마다 줄지어서 피켓을 들고 인사하는 사람들, 지나가며 의미 없는 구호와 후보자 이름을 연신 틀어대는 트럭들의 홍수였는데, 그중 눈에 띈 선거운동원들이 있었다.


 4~5명의 그룹이었던 그들은 어떤 구의원의 선거운동원들로 지나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목례는 할지언정 허리 숙여 구호를 외친다던가 하지 않고, 조용히 걸으면서 집게로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것이었다. 허리에는 모두 쓰레기봉투를 차고 말이다.


 항상 번잡서 길거리 여기저기에 쓰레기차였던 거리였기에, 조용히 쓰레기를 줍던 그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은 나와 아내에게 굉장히 참신하게 비추어졌다.

 주변은 여전히 출마한 후보 이름들이 큰 소리로 들렸지만, 나에게는 소음일 뿐이었던터라 누구 이름인지 인식도 안되었는데, 그 선거운동원들에게는 고개를 돌려가며 어떤 후보 운동원들인지 쳐다보게  것이다. 

 그 후보의 선거전략이었든, 어쨋든 간에 입으로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그 동네에 봉사하겠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이 선거운동은 여태껏 봐온 많은 선거운동을 중에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은 인상 깊은 선거운동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후보는 내가 사는 구의 구의원 후보가 아니어서 뽑아주지는 못했지만, 이 후보가 뽑히기를 바랐던 기억이 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여전히 선거운동은 십수 년 전과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명함은 길에 버려지기도 하고, 시끄러운 홍보트럭들은 눈앞을 오가고...


 그 과정에서 나는 그 후보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알 수 없었다. 선거홍보물이 집에 도착해서야 이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구나를 알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홍보물을 봐도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비단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지금껏 봐왔던 선거에서 수많은 후보들이 외쳤던 공약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공약대로라면, 4년 안에 달나라에 태권 V기지라도 지을 기세다.

 어디에서 예산을 마련할지, 어떤 방식으로 합의를 구할지, 어떤 방식으로 실행을 할지는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그래, 공약()이니까...


 그래서, 당선되면 실행하지도 않을 멋들어진 이야기들만 피켓이나 플래카드에 형형색색 적어두고 후보 이름만 외치는 그런 선거운동보다, 조용히 자기가 출마한 구의 번화가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줍던 그 선거운동이 내 기억 속에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 후보가 무엇을 나에게 전달하고자 했는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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