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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Apr 28. 2024

생선회에 대한 추억

일상과 사색

나와 아내는 내륙지방 출신의 중년이다.


 즉, 어린 시절 회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다. 어릴 적에는 회가 굉장히 비쌌을뿐더러, 물류가 그리 발달하지 않아 내륙에서는 회가 흔한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회를 처음 접해본 것은 대학원 때였는데, 당시 같은 실험실 사람들끼리 없는 돈을 모아 회를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실험실 사람들 중 한 명은 바닷마을 출신이라서 회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친구를 포함해서 나를 빼면, 다들 회를 먹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맛본 회는 이게 뭐라고 그렇게 비싼가 싶었다. 회 초보들이 아마 다들 그렇듯 초장맛에 먹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때의 기억 중 하나는 그 바닷마을이 고향인 친구는 지게차가 물건을 싣는 듯 한 젓가락에 회를 2~3점씩 담아서 쌈을 싸서 먹었는데 다들 욕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고향에서 다들 그렇게 먹으니 그렇게 먹은 것뿐일 텐데 말이다.


 아내도 처음 회를 맛본 게 성인이 된 후라고 한다. 친구들이랑 회를 먹는데, 같이 간 친구들이 회를 입에 넣고는 '살살 녹는다'라길래 아내도 회를 입에 넣고 기다렸는데.... 결국 안 녹았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 부부는 회 맛을 잘 모르고 살았었는데, 나는 회사에서 회식으로 회를 먹으면서 맛을 알게 되었고, 아내도 어찌어찌 회맛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부부에게 회라면 거부하지 않는 기호식이 되었다.


 요즘이야 내륙이든 바닷가든 회를 접하기 쉬워졌지만, 중년이 되어 바다와 가까운 도시에 살게 되다 보니 아무래도 더 쉽게 회를 먹을 기회가 잦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우리 부부에게 회의 선호도에 있어 차이가 있다면 아내는 광어회, 우럭회와 같이 탱탱한 식감에 잘 정돈된 회를 선호하고, 나는 좀 더 다양한 회를 접했다 보니 고등어회라던가 참치회와 같이 입에 담고 있으면 진짜 녹는 그런 회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점이다.

 참치회의 경우, 18년 전 즈음의 팀장님이 문득 생각난다. 나에게 꽤 잘해주셨던 분으로 팀 회식에서 처음 참치회를 먹게 되었는데, 당시 처음 먹는 나에게 어느 부위가 좋은지, 어떻게 먹는지를 알려줬던 분이었다.(지금도 그때 배운 먹는 법으로 먹는다)

 안타깝게도 수년 전 병으로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하셨는데, 그분 장례식장에서 슬픈 와중에 문득 참치회가 생각나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내륙지방의 소년과 소녀였던 우리 부부가 중년이 되었고, 이게 뭔가 싶던 회라는 음식을 이제는 반색하면서 먹게 되었다는 재미와 안타까움이 담긴 이야기다.

 저렴한 음식은 아니니 여전히 고민 끝에 먹는 음식이지만 말이다.


흐음... 5월의 회는 어떤 회가 맛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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