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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에 대한 단상

일상과 사색

by 오영

내 생각에 나는 취미부자다. 좋게 말해서 취미부자고, 다른 말로 하자면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다고나 할까?


40대 중반까지는 일에 묻혀 살다 보니 10대, 20대에 가졌던 몇 안되던 취미의 휴지기라고 할 수 있었는데, 중년에 들어서 이런저런 여유가 생기다 보니, 여러 취미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렇다 보니 취미라는 것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생각을 정리해 보게 되었다.


왜 취미가 있어야 하는가?


삶에서 취미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여가로써 활용뿐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그리고 어쩌면 생길 수도 있을 자기 성장, (취미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인간관계 확장 등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취미생활을 하다 보면 위에 언급한 모든 것을 만족하지는 못할지언정, 몇 가지만이라도 충족된다면 비교적 괜찮은 삶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간혹 취미생활에 너무 집착하거나 갇혀 지내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약간 고상하게 이야기해 본다면, 쇼펜하우어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 고통과 욕망에 대한 통찰을 한 철학자로 불교의 철학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그의 말을 들여보자면 젊음은 욕망과 투쟁의 시기라고 보았고, 중년 이후는 관조적 삶을 향유하는 시기라고 했다. 그리고 '인간은 결국 고독할 수밖에 없으므로, 자기 내면에서 즐거움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는 관점을 갖고 있었는데, 이 두 가지 관점을 합쳐서 해석해 보자면, 중년 이후의 삶에서 취미는 삶의 본질적 고통에서 벗어나 내면을 충만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쇼펜하우어, 이 아저씨는 진짜 고독해보이긴 한다.


이러한 의견에 사견을 더 덧붙여보자면, 중년 이후의 취미는 여러 사람과 즐기는 취미보다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사람들마다 환경, 조건 그리고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인간관계에 지치는 경우도 많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 비교를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라, 취미생활은 내면의 충만을 위한 것에 포커스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즐기는 취미의 특징은 이렇다.


먼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좋다. 여럿이 즐기는 취미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도 있을 테고, 내 성향과도 맞지 않아서인데, 배우자가 있다면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정도도 괜찮을 것 같다. 부부가 함께 즐기는 취미가 최선이지만, 그것이 녹록지 않다면, 각자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도 괜찮다는 것이다.


둘째, 어떤 취미든 깊이 빠져들지는 않는다.

아무리 건전한 취미일지라도, 그게 우선이 되어 가족관계나 사회생활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중독현상과도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주말이 되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취미만을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취미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취미는 내 삶을 보조하는 부차적인 것일 뿐, 삶의 대부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또한 애처로운 삶이 아닐까 생각되고 말이다.


셋째,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는 지양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취미는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기에, 과다한 비용이 들어가면서 당장의 경제적인 영향을 미친다던가, 향후 노년의 삶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풍요로우려고 시작한 취미가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흔히들 '장비병'이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걸린 병이 있는데, 취미가 고도화되면서 나오기도 하지만 많은 사례를 보면, 주변과의 비교를 통해 나온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취미생활을 하면서 전문가로서의 자기 성장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적정선에서 즐기는 취미가 건전한 취미라고 생각한다.

학생시절 꿈꿨던 취미. 그땐 이 취미를 하기엔 돈이...그런데 나이들어하려니 노안이...

그런고로, 내가 생각하는 특징을 갖는 취미는 어찌 보면 중년 또는 노후에 즐기면 괜찮은 취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은퇴 후에는 건강과 함께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 경제적인 부분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여러 취미 중 글쓰기도 그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 물론 지극히 내 개인적인 단상일 뿐이다.


사람에 따라 타인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내 생각이 편협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맞다. 나는 사람이든 장소든 북적거리 것보다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성향에 맞는 사람이기 때문이니까. 어쨌든 그렇다 보니, 여러 취미 중에서도 지금은 잠정중단, 보류의 형태로 생각의 서재 구석에 넣어둔 취미들이 꽤 있는데 은퇴 후, 여유가 된다면 하나둘씩 꺼내서 해볼 생각이다. 나이 들어서 집구석에서 뒹굴거려 먼지와 한 덩어리가 되기보다 또는 경로당에 가는 것이 유일한 일정이 되는 것보다는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덧붙임. 그러려면 건강이 우선이 되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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