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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의 세계, 이념의 한반도

사색과 진지 사이

by 오영

세상이 안팎으로 복잡하다. 정치와 경제 모두 그간 배워왔던 모든 가치가 흔들릴 수준이다. 내가 성인이 된 후 이렇게까지 복잡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정치성향의 글을 적기에는 민감한 부분이 많아 직접적으로 적지는 않더라도, 최근 세상의 변화를 보자니 드는 생각이 있어 다분히 상식적인 선에서 머릿속 생각을 정리해 보면, 딱 제목의 단어가 맞는 것 같다.

"이권의 세계, 이념의 한반도"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냉전이래 지속되어 왔던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체계와 사회주의/공산주의의 격돌 즉, 소위 좌/우로 나뉜 사고체계는 미소 패권타툼의 결과인 소련의 붕괴로 사실상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련의 붕괴가 의미하는 바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로는 세상, 아니 나라 하나조차도 제대로 지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었기 때문이다. 혹여 중국이라는 거대국가가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아직 그 효력이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은 사실상 자본주의의 극단에 있는 국가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정치체계가 독재인 국가일 뿐.


미국 유일패권국 체계의 세상인 현재, 더 이상 이념의 가치는 사라지게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념의 가치가 중요했다면, 그 유명한 헨리 키신저 주도로 1972년 닉슨이 중국을 방문하지도 않았을 테고, 중국과 수교도 이루어지지 않았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 미중 간의 거래 결과로 미국이 그토록 원하던 유일패권국이 되었고 말이다.

미국만이 그러한가? 유럽은 어떻고 러시아나 중국은 어떠한가? 모두들 자국 이익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들이 아닌가? 여기에 어디 공산주의가 나오던가? (그럼에도 24년 미국대선에서 상대방에게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나온 것을 보면 아직까지 그런 생각들이 먹히는 이상한 자들이 어디에든 있기 마련인가 보다)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역사를 조금만이라도 이해해 보면, 공산주의라는 것은 성립되기 어려운 경제체계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공산주의라는 것은 1800년대 자본주의와 인권이 성숙하지 않은 산업화시대에 발생한 사상으로 10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사라진 - 아직 공산주의인 곳이 북쪽에 있긴 하지만 그곳이 세상에 지배적인 곳은 아니다 - 사상이다. 오히려 인간의 본성과 역사에서는 전제주의 즉, 독재라는 욕망이 더욱 유효하게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증거는 멀리 찾을 필요도 없다. 모두 경험해 왔고 다시 경험할 뻔했던 우리나라에도 있었고, 옆나라 중국은 전제주의를 넘어 전체주의 독재국가일뿐더러, 일본은 자민당 독재라고 봐도 무방할 유사 전제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더 웃기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이런 움직임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현대 사회는 극단적인 자국 우선주의 + 전제주의의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본능에 기반한 움직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러한 세상에서 유독 사라졌어도 진즉 사라졌어야 할 이념이 지배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다.


세상은 이권을 위해 움직이는데 왜 한반도에서는 유독 아직까지 이념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남아있을까? 그것은 여전히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의 존재와 전쟁국가라는 한반도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한반도는 이미 그 아픔을 너무나도 크게 겪었고,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과연 공산주의가 한반도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을까? 남북의 대치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대한민국이 북한에게 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대답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모든 면에서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종전을 할 힘이 없을 뿐...

물론 현실에서는 한국전쟁을 경험하셨거나, 그 직후의 어려웠던 현실을 경험하신 분들이 계시기에 나의 부모님을 포함한 연로하신 분들이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어려서 또는 젊어서 겪은 큰 아픔이므로 그냥 그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할 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더 길게 상처를 안긴 일제 식민지 시대의 아픔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일 뿐.


반면에 그 세대에 비해 교육을 받고 경제성장을 경험한, 이제 다수의 인구층을 차지하는 사람들 중에 아직도 이념이라는 과거의 유물에 얽매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정학과 이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를 몰라서 그럴까? 어떤 종교와 같은 신념이 있어서일까?


다시 앞서의 제목을 돌이켜보자.

'이권의 세계, 이념의 한반도"


명백히 한반도는 아직 종전이 되지 않은 전쟁국가이고, 그 상대가 공산주의 국가(라고 해야 할지)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우리 대다수는 알고 있다. 우리가 압도하고 있음을. 그래서 다시는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그리고 그 힘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이권의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여전히 이념으로 흔들리지 말고, 우리의 이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명확히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이권을 지키려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정상적인 방식으로 각자의 맡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념으로 나누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이권이 어떻게 되든 관심 없는, 이념분쟁을 통해 오직 그들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세력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깨어있는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힘을 보았고, 대한민국을 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권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이념의 한반도가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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