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영 May 20. 2023

언어를 잘 구사한다는 것

일상과 사색

 요즘은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 학생들 뿐아니라, 사회 초년생들만 보더라도 영어 (또는 다른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얼마전 TV에서 영어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대화하는 것을 봤는데, 내 수준에서 듣기로는 원어민 같이 들릴 정도였다. 외국 경험이 없더라도 워낙 외국어 학원이 발달해서 환경만 된다면 실력키우는 것이 용이해진 것 같다.

 

 

 아내가 영어학원에서 간단한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끼리는 서로 외국인처럼 영어로만 대화하더란다. 이 친구들은 커서 외국인들과 만나더라도, 또는 외국 여행을 가더라도 겁이 날 일은 없겠다 싶었다.




 약 7년전 즈음의 일이다. 회사에서 고위 임원이 고객사의 탑 매니지먼트와 미팅 후, 감사메일을 쓸 일이 있었다.

 당시 그 사업기획을 담당하던 때라서, 그 임원으로부터 메일 작성 지시를 받고, 한글 초안을 승인 받은 후, 영어실력이 가장 출중한 인원에게 영어로 작성토록하여 보고드린 적이 있었는데, 단에 '빠꾸' 먹고 이런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다.


 "너네가 영어를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나. 

ㅇㅇ지역 XX에게 요청해서, 현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담당자를 지정받아 그 친구보고 작성하도록 하게."

 

 고위 임원 지시사항이었으므로 다행히 그 고객사 지역의 법인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담당자를 지정받아, 문 메일작성도움 적이 있다.

 당시, 국가와 그 고객사를 잘 이해하 (영어는 당연히 최상급 실력의) 인원이 작성하여 받은 영문메일의 초안을 읽었을 때,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더 이상 영어공부는 소용없겠다.'


 그 영문메일의 전반적인 내용자체는 한글로 작성한 초안과 다르지는 않았지만, 영어의 표현 자체가 내가 여태껏 배우고, 봐왔던 수준이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아일랜드 촌놈이 옥스퍼드 대학원생의 연애편지를 봤다면 이런 생각이 들까? 싶은 수준 말이다.

영화 Far and Away 중.  이런 얼굴이면, 영어 필요없...

 그 감사메일을 받을 사람이 고객사 탑 매니지먼트였으므로 더욱 신중히 작성을 했는지...이건 뭐, 내가 만일 영어를 엄청 잘했더라도, 감히 쓸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아... 내가 영어를 죽어라 공부한 들 비즈니스용으로는 한계가 있구나 싶었던, 내 영어공부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 때의 충격은 '언어를 구사한다라는 것' 단어와 문장을 만들어서 뜻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그 상황과 상대이해하고, 뉘앙스까지 담아 전달하는 능력 이라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



 

 단순한 해석이나, 번역은 이미 AI의 발달로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다. 근래 화제가 된 챗GPT를 사용해본 순간, '결국 올게 왔구나!' 싶은 정도였으니까.

하아...휴먼, 영어 이 정도밖에 못합니까?

 문득 앞서 말한 어학공부를 통해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이,  앞으로 더 발달할 AI의 능력 이상으로 될 것인가? 앞서의 그 감사메일 수준의 글처럼 뉘앙스를 담은 소통을 할 수 있게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국어 구사 교육은 충분한 수준이 되었으니, 이제는 상대에 대한 이해, 역사에 대한 이해, (국가간이든 지역간이든)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는 교육과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말 구사능력은 말할 나위 없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 한국어는 이미 앞서 말한 영어보다는 당연히 구사를 잘에도 불구하고, 근래 소통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맥락도 흔들리고, 정리도 안된 의사소통의 어려움 말이다.


 어떤 언어가 유창하다고 해서 소통이 잘 된다라면, 우리말로하는 소통들은 이미 문제가 없는 세상이겠으나,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언어를 잘 구사한다는 것은 말이 유창다는 것보다 서로의 상을 이해하고, 나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여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함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플라스틱 러브와 아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