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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21. 2023

일요일의 루틴

일상과 사색

나에겐 썩 내키지 않은 일이었지만, 어릴적 우리가족은 일요일의 루틴이 있었다.


그 일은 목욕탕 가기였다.

여행 중 찍은 대중탕. 동네 곳곳에 아직 남아있다

 

 응당 일요일이라면 늦잠과 함께한 빈둥거림이 제일이겠지만, 오전 일찍부터 온가족이 (때로 빠지는  인원도 있었지만) 차를 타고 온천장으로 출동을 했다.


 후덥지근한 목욕탕을 열기 속에서 몸을 담그고, 때를 밀고, 서로 등을 밀어준다. 나는 이 후덥지근하고 습한 공기가 답답하기도 했고, 긴 시간 목욕을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당시에는 참 가기 싫은 일요일의 루틴 또는 행사였다.




 요즘 목욕탕이 점점 사라져서 대중탕을 발견하면 신기해서 사진을 남길 정도이다. 심지어는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에서조차도 역사가 있는 온천장들이 사라져간다고 한다.


이런 기사들이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시대의 발달로 가정내에서 샤워 내지는 목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서,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대중탕에 가지 않아도 될 뿐더러, 벌거벗은 몸을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 때문일다.


 또는, (목욕이 아니라도) 일요일에 가족이 함께하기에는 '바쁜' 아이들 학원이나, 다른 이유 등으로 가족이지만, 각자 시간을 보내는 등 다수가 함께할 시간을 갖기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소스 : 2018년 연합뉴스

 

 목욕과 같은 '행사'가 아니라도, 대청소나 모두 같이 외식하는 등, 일주일 중에 하루 정도는 가족이 함께하는 루틴이 사라진다는 것은 가족공동체로서의 의식이 약화되고, 가족 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도 점차 약해져가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과거의 가족공동체로써의 의미가 점차 (가족임에도) 경제공동체와 같은 의미로 변질되는 되어가는 것 같은 요즘이 아닐까 싶어 안타깝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적 참 가기싫었던 일요일의 목욕탕 가기였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루틴이 당시 가족을 연결해주었던 것 중의 하나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후기. 얼마전 산 '신형' 등 때밀이 타월의 글을 쓰려다 일요일에 문득 생각난, 어릴 적 목욕탕갔던 기억을 소환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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