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진지 사이
자주 쓰는 AI 이야기지만, 최근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서비스가 한국에 개시되면서 이 분야에 특히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외국 유튜브 영상을 챙겨보지 않았을 터라 체감을 못했을 터에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복잡한 도심 자율주행을 잘 해내는 것을 보니 이제 현실감 있게 느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테슬람이라고 불릴 정도라서 어느 정도 아는 수준이었어서 기술보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꽤 재미있었는데, 아내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서 여러 규제를 시행해서 도입을 한시적으로 막는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뒤처져 기술후진국이 되든, 갈라파고스가 되든 할 테니 규제도입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디지털 AI의 시대는 이미 다가왔고, 피지컬 AI라고 불리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로봇 등의 분야도 결국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할 터, 빠른 시일 내 피지컬 AI의 시대도 올 것이 자명하다고 하겠다. 성숙된 디지털 AI와 피지컬 AI의 시대가 온다면, 당연스럽게도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게 될 텐데, 현시점에서 사람들은 걱정을 한가득 하는 부류와 아직은 시간이 더 있겠지라고 애써 위안하는 부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내와도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AI발전에 관해 어느 날 이런 대화가 오갔다.
(사실 내가 이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관련 영상을 워낙 많이 봐서 아내도 반강제로 학습이 된 상태다 ㅎㅎ)
"큰일이다. 일자리를 지키자니 시대가 이렇고, 일자리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 대비를 해야 할 때인 것 같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남을지 모르는데 뭘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네..."
이참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 동안 생각해왔던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대한 것들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그 전에 먼저, 어떤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로 인류의 역사에 N차 혁명(예를 들어 농업혁명, 산업혁명)이 있어왔고, 그 시기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므로 그것을 준비하면 된다는 의견에 대한 이야기다. 인공지능 혁명의 시대에서도 반드시 새로운 일자리는 생기긴 할 것이다. 그동안 없었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직업들 말이다. 하지만, 그 채용규모가 크거나 보수가 높지는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설계와 거버닝(Governing)을 하는 일부 직업군은 보수가 높을 것이나, 그 능력을 보유한 인원도 소수일 것이고 특히 채용규모는 극히 적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이 사람들은 많을 필요가 없기 때문인데, AI설계자는 지금보다도 더 적어질 것이고, 소수가 많은 업무를 처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혁명의 시대에도 일자리는 생겨난다는 말은 감언이설에 불과하다. 나와 내 주변이 그 안에 포함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과거 1970~2000년대의 사회발전, 운영, 교육과 경제, 기술의 흐름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와 확연히 다를 텐데 과거에 이랬으니 기존에 해왔던 방식이 계속 지배적일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럼, 짧은 소견이지만 대표적인 인공지능 분야에서 사람이 직접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물론 이 직업들도 몇 년~몇십 년의 과도기적인 직업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사라질 수 있는 직업일 수 있다.
첫째로 이 글의 시작점이었던 자율주행 분야다.
1. 물류/화물운송 분야 : 갑자기 해상운송 이야기지만 해상운송에서 '도선사'라는 직업이 있다. 육지에 접하기 위한 항구는 각 지역마다 지형, 조류, 해저조건 등이 달라, 선박의 함장이나 항해사가 직접 접안을 하지 않고, 그 지역의 허가된 전문가인 도선사가 승선하여 안내를 한다. 다시 차량물류/운송분야로 돌아가보면, 중장거리 물류노선은 자율주행으로 완벽하게 대체될 것이다. 그렇지만 물류 HUB센터 (맞다...그 옥천 읍읍)와 같은 간선센터는 상하차를 하는 많은 차량들이 혼잡한 상황에서도 적시에 적합한 위치에 차량을 대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는 운전하시는 분들이 모두 그 역할을 하지만, 자율주행의 시대라면 아마도 자율주행 트럭은 특정 위치 (Depot 데포) 간 운행을 하고, 그 Depot에서 간선센터의 상/하차 라인까지는 선박의 도선사 역할을 하는 전문적인 직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기존의 트럭운전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과 달리 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고정적 업무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여객운송 분야 : 로보택시, 로봇버스가 활성화되므로 쉽게 생각하면 사람의 역할은 거의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서의 도선사 역할처럼 로보택시/버스의 운행센터의 운영인력은 로봇택시가 아니라도 현재도 있는 직업군이니 그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객운송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군은 승/하차 도우미들이다.
자율주행 택시/버스가 있는데 승하차 도우미라니 뭔 소린가 싶겠지만, 로보택시/버스의 사용자 중 다수는 노령화된 분들 + 노령으로 또는 다른 요인으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포함된다. 이 분들은 아무리 인공지능 차량이 집 앞에 와있더라도, 좌석에 앉기까지가 쉽지 않은 경우가 꽤 많다. 당장 부모님만 해도, 몸 상태가 안 좋으실 때에는 반드시 보조해드려야 한다. 하물며, 몸이 더 불편하고 더 노령인 분들 또는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분들은 1인 이동권이 보장되려면 승/하차 도우미가 필요할 것이다. 뭐 이것도 휴머노이드가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과도기 적으로라도 말이다. 이 직업군은 차량에 계속 같이 탑승을 하는 방식이 될지, 승/하차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에 그 지역으로 파견을 나가는 방식이 될지는 고려해봐야 하겠으나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사무 AI 또는 디지털 AI 분야다.
이 부분은 이미 현재도 디지털 AI가 활성화되고 있기에 기존 10명이 필요했다면 이제 5명이, 앞으로는 2명이 필요한 직업군이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기존에는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자료나 정보가 필요할 때 관련부서에 문의하거나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었다면 (어쩌면 그런 일이 Job의 한 분야였었고), 이제는 AI를 통해 쉽고 빠르게 확인을 하고 판단에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럼 사무분야에서는 어떤 직업군 아니 정확하게는 직업군은 사무직업군이고, 어떤 역량이 갖추어진 인원이 필요하게 될까? 내 생각에는 PM(Project Manager)의 역량을 보유한 인원이 사무직업군에서는 사람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원이라고 생각한다. PM의 필요 역량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필요역량은 아래와 같다.
1) 문제해결력 : 프로젝트를 운영하다 보면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빠른 시간 내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해결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2) 해당분야의 이해 또는 학습력 : 프로젝트는 다양한 고객(사내의 업무도 고객으로부터 받은 업무라고 해보자)의 Needs를 받아 진행하게 되는데, 본인이 아는 분야일 수도 있고, 일부 모르는 분야가 포함될 수도 있다. 이때 빠른 시간 내 학습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PM은 자기 능력한도 내에서 고집을 부려 고객에서 결과를 제공하면 안 된다.
3) 일정, 인력과 예산 관리능력 : 모든 일은 시한이 정해져 있고, 사람이든 AI든 여러 역할자들을 활용해야만 한다. 이제는 사람이 아닌 AI를 활용하게 되겠지만 역량을 보유한 구성요소를 적절히 활용 및 진척과정을 관리하고 일정과 예산 내 정해진 또는 초과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4) 커뮤니케이션 능력 :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PM은 고객 또는 회사 내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과 관련부서, 프로젝트의 구성원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 원활히 소통하여 프로젝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능력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오만하거나, 귀를 막거나, 자기 잘난 맛에 잘난 척만 열심히 한다고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앞서의 모든 능력을 포괄하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 인공지능의 시대로 돌아가보자. 어떤 조직이든 회사에서든 나 또는 소수의 구성원은 할당받은 일을 원활히 처리해야 한다. AI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다. 나와 AI만 잘한다고, 또는 내가 AI를 잘 알고 또 활용한다고 해서 능력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기존에는 각자 맡은 그 특정 분야를 잘 해내면 되었지만 그 특정분야를 잘하는 것은 이제 내가 아닌 AI다. 그래서 사무업무를 하는 사람은 이제 PM으로 변모되어야 한다. 그래야 AI시대에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역량은 과도기가 지나더라도 여전히 AI보다 사람이 우위에 설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즉, AI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인공지능 로봇 분야다.
사실 이 분야는 인공지능 시대의 절대깡패(표현이 저렴해서 죄송)와 같은 분야다. AI와 휴머노이드가 결합되면 사람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노동에서 기술이 발달하면 복합노동 그리고 정말 무섭지만 감정노동까지 소화해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딱히 어떤 직업이 새로운 직업이다라고 말하기에는 내 역량으로는 버거운 분야다. 물론 로봇설계, 유지관리 분야가 있겠지만 이 분야도 AI가 어렵지 않게 커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람이 여전히 AI대비 우위에 설 수 있는 분야는 아이러니하게도 테크니컬한 한국적 수학공부라던가 영어공부에서 비롯된 분야가 아니라, 특수 노동분야일 것으로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이런 분야가 살아남거나 유망하지 않을까?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교육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고, 이 글은 전에 쓴 글에 있다)
1. 미용분야 : 내 글의 초기에 썼던 글에 있는 미용분야 같은 경우가 사람이 우위에 있으면서 꽤 긴 과도기를 가져갈 수 있는 직업군이라고 생각한다. 군대머리를 깎는 정도라면 로봇이 해내겠지만, 사람마다 다른 체형, 헤어스타일, 머릿결과 요구사항이 있는 상황에서 '사이드 뱅', '물결펌', '레이어드 스타일', '아줌마 빠마'를 로봇이 해낼 수 있을지? 내 생각에 이 분야는 아마도 꽤 오랜 기간 사람이 점유할 분야일 것이다.
2. 특수 용접분야도 비슷하다. 특수 용접이라도 형상이 정해진 곳은 최근 로봇용접이 커버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나, 복잡한 형상의 특수용접은 꽤 오랜 기간 사람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3. 자동차(또는 기계) 중정비 분야 :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차량의 구조는 지금보다도 더 단순화/표준화되므로 경정비 분야는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나, 중정비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승용차도 그렇지만 특히 물류를 위한 트럭, 버스차량의 경우에는 불량요인이 특정되기 어렵거나 발견하여 조치하기가 쉽지 않아. 사람의 안목과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수리를 하는 방식도 특이한 물리력 (빠루를 끼워서 한다던가...)이 필요하고 이 부분은 사람의 판단과 기술이 요구된다.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극한직업이라던가 직업에 관련된 것들인데, 중정비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더욱 인공지능이나 로봇으로 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확신이 선다.
4. 배관/배전 분야 : 건축/수리 분야의 하나의 예시로 썼는데, 영어로 소위 플럼빙(Plumbing)이라고 불리는 배관분야는 내가 10여 년 전부터 은퇴하면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던 분야다. 이 분야 역시 앞서의 중정비 분야와 유사한 이유로 사람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로봇분야에서 몇 가지 예시를 적어봤는데, 이 분야들의 특징이 있다. 소위 블루칼라 직업군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둘째로 이야기했던 분야인 화이트칼라 분야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필요규모가 급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나, 경험과 손기술이 병행되어야 하는 분야는 이야기가 다를 것이라고 본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인공지능의 물결은 잔잔한 파도가 아닌 쓰나미다. 파도라면 인간이 어떤 형태의 방어도구를 써서 막을 수는 있을 것이나, 쓰나미는 인간의 도구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뭐 쓰나미도 쓰나미 나름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 글의 요지는 그게 아니니까...)
지금은 걱정이 많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나, 걱정을 한다면 대비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대비는 단순히 내가 5년 후 10년 후 뭘 해 먹고살지의 수준을 넘어, 우리 다음 세대 그리고 그다음 세대를 위해 앞으로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사회운영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일자리가 감소한 시대에 복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비를 말하는 것이다.
앞의 내용은 뭘 해 먹고살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적었지만, 더 포괄적인 범위에서의 대비는 반드시 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에 따른 인식변화, 정책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인식변화는 70년대~2000년대의 살아온 방식, 경험해 온 방식을 과감하게 깨고 내 안에, 우리 안에 포용해나가야 한다. 마치 강물과 바다가 만날 때 강물의 방식으로 바다의 방식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스며들어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앞서의 글에서도 관련한 글들을 다수 적었기에 중언부언으로 덧붙일 것은 아니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분들께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관점에서 적어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