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불 갈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일상과 사색

by 오영

집에서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응답하라 1988'의 장면 중 연탄난방을 이야기한 부분이 나왔다.

극 중, 정봉이가 엄마에게 집이 춥다고 하니, 엄마가 간밤에 아빠가 연탄 가는 것을 잊어서 꺼졌다는 내용이었다.


짧게 지나가는 대사였지만 그래, 예전엔 연탄난방을 했었지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그런 장면이었다.

아마도 40대 이상인 분들은 연탄난방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겨울철이 오기 전에는 연탄을 사둬야 했고, 트럭을 타고 온 아저씨들이 얼굴과 팔뚝에 시커먼 흔적을 선연히 남기고는 광이라고 부르던 창고나, 보일러실 한켠에 쌓아놓고 가신 후에야 비로소 어머니는 안심의 미소를 띠게 되던 그런 때였다.


그렇지만 추운 겨울날의 생활은 연탄을 준비하는데에서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부엌의 아궁이에서 연탄을 때던 때에는 2장 정도 쌓았더라도 밤을 지새울 정도는 아니라서 밤에도 일정 시간마다 연탄불을 갈러 부엌에 내려가야 했었다. 아궁이였을 때에는 빈도가 잦았고, 이후 이사했던 주택은 보일러 실이 있어서 3장씩인가를 넣는 구조였던가 해서 조금 빈도가 덜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추운 겨울밤에 연탄불 갈러 가는 것은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물론 내가 내려간 적은 많지 않았고, 어머니께서 주로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귀찮고 힘드셨을까 싶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분들은 연탄불을 넣는 아궁이와 방이 멀지 않아,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왔던 시절이라 연탄난방은 편리함과 함께 연탄가스중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많이 남아있지만, 석유난방, 가스난방이 흔치 않았던 때고, 서민들에게 가장 저렴한 난방수단이 연탄이었기에 연탄이라는 것이 당시 많은 가구들의 삶에 준 긍정적 영향은 적지 않았으리라. 그 시절 연탄은 겨울철에 고마운 존재였던 것이다.

그랬던 연탄난방은 1980년대 도시가스의 보급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대부분 사라졌으며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요즘의 겨울철 뉴스나 기사를 보다 보면, 연탄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가 있다.

저소득층, 빈곤가정이 아직 도시의 곳곳에 남아있으며, 이 가정들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탄난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도시가스가 설치되기 어렵기도 하지만, 설치 비용이 연탄난방보다는 비싸다 보니 연탄난방이 그나마 나은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앞서 어릴 적 우리네 가정에서 겨울이 오기 전에 연탄이 광에 쌓여있어야지 안심이 되었던 것처럼, 이 분들도 겨울이 오기 전에 쌓여있는 연탄을 봐야 걱정이 덜할 텐데 물가가 오르는 세상이다 보니 오른 연탄가격만큼 걱정도 더 쌓이기 마련이다. 그나마 온난화로 인해 겨울철이 짧아졌다는 게 이런 면에서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25년 기준으로 장당 900~1000원이라고 하네요. 17년에는 약 700원이었다고 합니다. 싼 것처럼 느껴지지만 하루 난방을 위해 8~10장 전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 난방비가 10000원 가까이 드는 셈입니다. 여전히 비싸죠.


연탄봉사.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세상의 한 켠에는 그런 가정들을 위해 오랜 기간 봉사를 하는 단체나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삶이 힘들진대,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어떤 사람들은 금전적으로 어떤 사람들은 몸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두 가지 모두 봉사를 이어오고 계신다. 비록 연탄이란 것이 퇴출되고 있는 난방재이기는 하나 어딘가에서는 그것이라도 필요하기에 이 분들은 올 겨울에도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얼굴과 옷에 선연히 남은 검은 그것은 단지 석탄의 가루가 아니라, 보람의 흔적이요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몸과 옷에 오롯이 새겨진 문양이다. 그리고 그 문양으로 인해 추운 겨울날을 따뜻하게 보내는 가정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며, 또 내년에도 연탄 걱정이 없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덧붙임. 자랑글처럼 느끼실 수 있지만, 저도 일 년에 두 번 연탄은행에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비용은 각자 형편에 따라 기부할 수 있으니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돼요. 자녀분이 있다면 자녀분들을 통해 기부하면 더욱 좋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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