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사색
2025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내가 좀 특이할 수 있지만, 평소 연말, 연초라던가 생일 등에 큰 의미를 두고 살지 않다 보니 연말이라고 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던가, 연초라고 해서 특별한 계획을 세운다던가 하는 일은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얼마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는 무엇이었고, 또 지금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침 2025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내 스스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를 정리해봐야겠다 싶어 남겨보기로 했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봤을 때 2025년 즈음의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평소 글을 써보아야겠다고 생각만 해오던 것을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어 쓰기 시작한 게 출발이긴 했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번째로는 우선 재미에서 시작한 것도 있었고, 또 은퇴 후 저비용의 취미로 글쓰기라는 것만큼 정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그리고 만족감으로도 좋은 취미가 없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은퇴 후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기회가 되었을 때 시작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글쓰기의 출발점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처럼 가벼운 잡문이 시작이었다. 복잡한 글보다는 쓰기 쉽고, 읽히기 쉬운 그런 글 말이다. 마침 소소한 일상이나 사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기에 처음 올린 글들이 그런 류의 글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사람 각자의 생각이라던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보니, 잡문에서 벗어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 또는 더 진지한 글들도 쓰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단편소설이나 전문적인 글에 대한 욕심도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고 장문의 글을 쓰자니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취지와 명분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블로그에 따로 써보기로 하고, 브런치에는 여전히 길지 않은 글 중심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사유로 섞이기 시작한 진지한 글들은 사실 평소 생각하던 것에 대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 좋을 주제들이겠으나, 친구들도 각자의 성향이라는 것이 있다 보니 어떤 사안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늘 옆에 있는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십상이었고, 그런 이야기들을 대화로만 나눌 것이 아니라 글로써 기록을 남겨두어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 현재의 글들이다. (그렇다! 아내가 내 이야기들를 듣느라 고생이 많다.)
진지글들이 많아지니 브런치의 글들이 좀 딱딱해 보이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상업적으로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요, 독자를 많이 늘여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나의 생각을 나만의 페이스로 쭈욱 쓰는 중이다. 나에게는 브런치가 대나무숲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이것이 두 번째 이유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로는 평소 이런저런 사안들에 대해 생각이 많은 편인 나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기억력에 의지하기보다는 기록으로써 남겨두자는 것이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하기보다는 생각을 정리해 두면 나만의 개똥철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 언젠가는 기억력이 나빠졌을 때 다시 상기해 볼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또는 시대가 변하여 생각이 변할 수도 있을 텐데, 그때에는 아마도 지금 쓴 글들이 기준점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정리하면 재미로 시작했지만, 단순히 재미있는 글을 올려 보자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글도 올려보되 내 생각들을 정리해 두어 나라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남기고자 하는 이유가 오늘도 여전히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이유다. 누군가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공감해 준다면 더없이 좋고, 뭐 아니라면 아닌 대로 나만의 만족이 될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