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하는 취미에 대한 단상

사색과 진지 사이

by 오영

주변에 늘 이야기하지만, 난 취미부자다.


그러나, 그 취미의 종류가 액티비티 중심의 취미보다는 다소 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으로 독서, 글쓰기, 어반스케치, 게임(은 요즘은 잘 안 한다)도 있지만 프라모델, RC 등과 같은 손을 사용하는 취미들도 있다. 그리고 취미를 이야기할 때, 늘 연달아 이야기되는 주제가 은퇴 후 소소하면서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취미들에 대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도 손으로 하는 취미는 어릴 적부터 해왔거나, 하고 싶었던 것들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성인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했거나, 하고 있는 것들이다. 아마 내 또래의 남성들은 나와 비슷한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나와 비슷한 어린 시절 이야기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고로 프라모델이라던가, RC취미는 인터넷카페를 봐도, 다른 매체를 보면 내 연배 전/후의 비중이 많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젊은 친구들은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즉, 이런 취미를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수요층이 늙어가고 있고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앞으로 사라지거나 규모가 작아질 수 있는 그런 취미들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과학상자를 기억하신다면, 당신은 분명 내 또래!

왜일까?


나와 비슷한 세대가 어린 시절이던 7~80년대 과학기술의 발달과 공상만화의 전성기였던 때이자,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 외 다른 마땅한 취미랄 것이 없던 때였기도 했지만, 요즘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학구열이 극심하지 않았던 때였기도 했다. 그래서 공부에 대한 압박이 덜한 여유분에 각자의 관심분야 그중에서 나의 경우 프라모델이나 로봇 그리기 등과 같은 취미를 접할 수 있었던 시기다. 그리고 그 시절 미처 못했던 그 취미에 대한 열망이 성인이 되어 이어진 경우다.

반면 2000년대 이후부터 요즘의 유, 소년기의 아이들을 보아오자면, 게임이나, 유튜브와 같은 효율 높은 취미들이 대세를 이루었고, 과열된 한국적 학구열에 의해 그나마 지식주입 중심*의 교육에 밀려 유, 소년기의 아이들이 취미를 할 수 있는 시간마저 줄어들었다.

*지식주입 중심이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받을 수 있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여전히 테크니컬한 문제풀이 방법론의 주입교육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창의력 향상이라는 방식조차도 테크니컬하고 패턴화된 이율배반적 형태라고 생각된다.


매체에 나온 것뿐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유치원, 초등학생의 하루 일과를 보면 도저히 취미라는 것은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그런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짬이 나는 시간에 하는 취미가 앞서 말한 게임, 유튜브가 대부분으로, 학원에 다녀와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즐기는 취미라서가 아니라, 손으로 하는 취미라는 것의 효용성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손으로 즐기는 취미라는 것은 유, 소년기에 시간만 낭비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뇌과학적으로도, 사회과학적으로도 매우 좋은 활동이다.

손을 사용하는 취미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성장기 뇌, 정서, 인성의 구조를 만드는 훈련과정의 하나로 유명한 뇌과학의 개념에서 펜필드의 호문클루스(Homunculus of Penfield)의 이미지를 한 번쯤은 보셨을게다.

펜필드의 호문클루스


대뇌 피질의 가장 넓은 영역 중 하나가 손과 손가락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뇌의 성장기에 손을 사용하는 것은 뇌의 정보처리의 가장 복잡하고 많은 부분을 차지할 뿐 아니라, 뇌의 발달에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개념이다. 어린 시절 손을 사용하는 활동에 있어 만들며, 실수하고 고쳐가며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문제에 대한 시각, 공간적 인지와, 단계에 따라 손과 시각이 협업하여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기초가 되며, 물리적 완성까지의 과정이 있기에 인내심의 육성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 뇌성장기를 마친 후, 성인이 되어서 '일 처리 능력'과 바로 연결된다. 학습지에 나온 문제, 학원에서 배우는 문제풀이로 배우거나 길러낼 수 없는 창의력이 도모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반면,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은 이제 다들 악효과를 알겠지만, 도파민 분비에 의한 뇌의 단기 자극과 즉각적인 보상회로가 동작함으로써 집중력 저하와 중독성을 높여, 인내심과 자기 통제력의 저하를 유발한다. 종합적 창의력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말이다.


어떤 부모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손으로 하는 취미, 그런 건 어른이 돼서 해도 된다고. 어릴 적에 미리 선행학습을 통해 성적을 키워내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 어쩔 수 없다고. 그래, 한국사회에서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들 그런 방식으로 경쟁해 왔으니까.

그런데 이 말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 첫째,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AGI(범용인공지능)가 도래한 시대에 테크니컬한 교육은 AI의 경쟁자가 될 수도 없고 지배자가 될 수도 없는 방식이다. 둘째, 성인이 되어 손을 사용해서 뇌를 발달시켜 봤자 이미 형성된 뇌의 최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소년기 뇌성장 시기의 손을 사용한 뇌 발달은 뇌의 기본 구조와 성격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 즉, 뇌의 기본기능을 구축하는 과정이라면, 뇌가 굳어진* 청년기 이후의 뇌발달은 기본구성이 만들어진 뇌에 앱을 깔듯 최적화 기능을 추가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즉 기본 바탕은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유소년기의 뇌는 찰흙과 같아서, 빗어내기 나름이나, 10대 초중반까지 빗어진 뇌는 비유하자면 굳는 과정이 도래하고 그 후 기본 틀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성장기 뇌발달, 인성형성이 중요한 이유다.


즉, 유소년기의 손 활동은 뇌를 만드는 것이고, 청년기 이후, 성인기의 손활동은 뇌를 다듬는 과정이라, 삶에서 기반이 되는 뇌발달, 성격, 창의력에 미치는 효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더 좋은 것은 손으로 사용하는 취미와 함께, 단체가 몸을 움직여 활동하는 체육활동을 같이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단순히 프라모델, RC 취미를 하다가 진지한 글을 쓴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은퇴 후에도 지속해야 하는데 만드는 제조사들이 망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란 것은 여기까지 글을 읽으셨다면 이해하실 것이다. 전체적인 사회 제도는 변화가 늦을지라도, 각 개개인은 조금씩이라도 변화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계속 들기 때문이다.


뭐, 오영 씨가 걱정인형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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