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온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어떤 종교든 신앙심이 깊은 분들은 불편할 수도 있는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오래 전 이야기인데, 중학생일 적에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았었다.
마당에 꽃이며, 나무들도 있고 잔디가 깔린 곳이 있다보니 당연스레 곤충들도 같이 거주했었는데, 그 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곤충이 개미였다.
작은 개미들이 먹이를 따라 줄지어서 번잡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했었는지, 호기심이 많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개미를 키워봐야지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봤더랬다.
당시에 형과 함께 아버지께 몇주간을 졸라서 샀던 동아 원색대백과(들어봤는가...당시 최고의 백과사전이었다)도 참고하고, 나름의 개미관찰을 한 후에 그럴싸하게 보이는 투명아크릴로 된 개미집 셋트를 만들어 흙도 넣고 이런저런 자연환경도 만들어 놓은 후, 몇십마리였을까, 개미들을 신축 아파트에 '강제' 이주시켰다.
몇일이 지났을까.. 개미들이 백과사전에 나온 것처럼 개미굴을 만들고 뭔가 진짜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것같은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하하!)
이런식으로 보인다는거다.
개미들이 잘 살길 바라며, 먹이며 물이며 가끔은 비온 것처럼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햇빛 잘 드는 곳에 옮겨주기도 하고 내 나름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했었는데, 한 1~2주일 유지는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날인가. 아뿔사!!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더니 결국 불쌍한 개미들은 모두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고 나의 개미키우기는 그 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시도하지는 않았다.
이 일이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히 남은 이유는 당시 개미를 키우면서 먹이를 주고, 물을 주고 개미집에 이런 저런 환경변화 등을 하면서 중학생이던 내가 (뜬금없게도) 종교와 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첫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개미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내가 신처럼 느껴질까?
평범한 소년이지만, 개미보다는 지능도 높고, 먹이와 환경 그리고 햇빛과 비 -정확히는 분무기의 물- 를 내리니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신이 아니겠는가!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들의 세상을 파괴할 수도, 기후를 조절할 수도, 그리고 계속 먹이를 제공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개미가 나를 알아챌 지능적 존재는 아니지만, 그때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거다.
입장을 바꿔보면, 인간과 신의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거다. 인간보다 엄청나게 지능이 높고, 고도화된 존재가 마법이든, 기술의 힘이든 또는 그들 입장에서는 평범한 노력이든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또는 우리가 경외할 정도 압도적인 어떤 변화를 준다면 상대적으로 미약한 존재인 인간은 그 존재를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말이다.
지금이야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왠만한 자연현상의 원인과 조건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신적인 힘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모두들 알 수 있는 세상이지만, 몇천 년 전 아니 불과 천 년 전의 과거라 하더라도 신적인 힘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다.
하늘의 도시 : 파타모르가나 라는 자연현상(신기루)
중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상당히 의미있던 경험으로 지금까지도 비슷한 생각이 남아 있다.
누가 나에게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교예요" 라고 답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칼 세이건이 본인의 종교라고 했던 "불가지론*"입니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초경험적인 것의 존재나 본질은 인식 불가능하다고 하는 철학상의 입장 또는 인간의 지식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
우주의 입장에서보면 나도 개미가 아닐까? 아니 개미보다 더 작은 미생물이지 않을까? 섣불리 신을 정의하기에도, 또는 내가 모르는 것을 모두 신의 영역이라고 돌리기조차 어려운 미약한 존재 말이다.